[런던 Essay] 두 별을 쏘아올린 런던의 부모들 가슴 졸인 세월…맘으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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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7일 07시 00분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 어머니 유성미 씨, 쑨양의 아버지 쑨첸홍 씨, 어머니 양밍 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 어머니 유성미 씨, 쑨양의 아버지 쑨첸홍 씨, 어머니 양밍 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헌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 한 눈에 봐도 쑨양(21·중국)의 아버지였습니다. 스포츠동아와 중국 신화통신은 4일 밤(현지시간), 박태환(23·SK텔레콤)과 쑨양 부모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스포츠동아 8월 6일자 2면 보도>. 자기 자식이 자랑스럽지 않은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하물며, 아들을 세계 정상의 수영선수로 키운 부모라면 오죽할까요. 박태환은 이미 한국의 최고 스타이고, 쑨양도 대륙의 떠오르는 별입니다. 신화통신 리정위(李拯宇) 기자는 “런던올림픽 이후에는 류샹(29·2004아테네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 금메달리스트)보다 쑨양의 광고료가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두 부모는 상대 자식을 칭찬하기 바쁩니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와 어머니 유성미 씨는 물론, 쑨양의 아버지 쑨첸홍(孫全洪) 씨와 어머니 양밍(楊明) 씨 역시 겸손의 미덕을 지닌 분들이었습니다. 서로의 얘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맞장구를 칩니다.

세계 최고의 스타들은 자존심도 만만치 않습니다. 남을 진심으로 칭찬하는 데도 인색한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박태환과 쑨양은 다릅니다. 박태환은 “쑨양과 같이 레이스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하고, 쑨양은 “박태환을 보며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이제야 그들의 겸양이 이해가 됩니다. 부모를 보면, 그 자식이 보인다고 하잖아요. 인터뷰 도중 황급히 전화를 받은 뒤 “아들이 박태환과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고 얘기하는 쑨양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박태환의 아버지는 쑨양의 부모를 만나기 전, “과연 세계 최고의 선수를 키워낸 부모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겠죠.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 지를요. 박태환의 어머니는 박태환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초시계를 들고 아들의 훈련장을 찾았습니다. 쑨양의 어머니 역시 고향 항저우에서 아들이 훈련하는 베이징까지 찾아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구동성으로 “고된 훈련을 하는 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는 두 부모를 보며 마음이 짠해집니다.

경기를 마친 박태환은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꼭 메달 색깔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자식은 모두 부모에게 큰 빚을 진 존재일 테니까요.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그 모든 세월을 관통하며 아시아의 하늘에 큰 별을 띄운 두 부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런던|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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