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영원한 리베로’에서 ‘영원한 리더’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5일 0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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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의 제왕' 홍명보 감독이 한국축구에 새 역사를 썼다.

홍명보(43)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5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축구 영국과의 8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5-4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올림픽 축구에서 4강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형님격인 A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오르는 등 주목할 만한 성적을 냈지만 정작 동생 뻘인 올림픽대표팀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이전까지 1948런던대회와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1948년 런던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 무대에 나선 한국축구가 64년 동안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뤘다. 2007년 올림픽대표팀 코치로 시작한 지도자 생활 5년 만에 일군 업적이었다.

통상 대표팀을 부를 때 '히딩크호', '허정무호' 등등, 감독의 이름을 따 표현하지만 이번 '홍명보호'만큼 호칭이 잘 어울린 적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한 배에 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의미를 제대로 보여줬다.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릴 만큼 선수 대부분을 극진히 아꼈다.

홍정호의 부상으로 불가피하게 차출된 김창수(27·부산아이파크)와 경험이 중요한 골키퍼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선택한 정성룡(27·수원삼성)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꾸준하게 발을 맞춰온 선수들로 최종 18명을 꾸렸다.

병역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박주영(27·아스날)을 끌어 안았던 장면을 보면 그가 어떤 감독인지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는 올림픽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하기 전 꼭꼭 숨은 박주영을 데리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다.

박주영과 함께 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 군대를 안간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 운을 떼며 박주영의 마음부담을 덜어줬다.

평소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팀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박주영의 꼬인 실타래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였다.

그는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배가 난파당하는 것을 것을 막기 위한 선장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것이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탁월한 리더십으로 항상 주장 역할을 맡았다.

1990년 한국 축구에서 수비수의 장을 새로 연 그는 2000년 일본의 가시와 레이솔 최초의 외국인 주장 완장도 찼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때도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맡으며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도 얻었다.

1992년에는 포항스틸러스의 K리그 우승에 기여하며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수비수 출신 MVP를 수상했다. 1995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뽑혔다. 또 2002년 월드컵 브론즈볼을 수상하는 등 선수 생활 내내 정상에 서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12년 간의 국가대표 시절 '영원한 리베로'의 영광에 이어 지도자 타이틀을 달고도 항상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왔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딕 아드보카트(65) 감독 밑에서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수석코치를 맡았다.

2009년에는 U-20월드컵 사령탑에 올라 한국을 8강에 올려놓았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일궜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4강 진출을 이끌어내며 일차적인 정점을 찍었다.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중책을 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으나 승승장구하며 보란듯이 성공 신화를 안겼다. '영원한 리베로'에서 '영원한 리더'로 우뚝 섰다.

<동아닷컴>

[채널A 영상] 홍명보호 “축구 종가 영국의 자만심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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