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여기는 코번트리] 김보경 황금왼발 박지성과 싱크로율 100%

김보경이 30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 2차전 스위스전에서 왼발 결승골을 작렬하며 ‘포스트 박지성’의 진가를 보여줬다. 작은 사진은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왼발 슛을 성공시키고 있는 박지성. 스포츠동아DB

김보경, 스위스전 왼발 발리슛 결승골
유럽서 인정받은 박지성 왼발과 닮은꼴

승부처마다 터지는 왼발 슛까지도 닮았다. 박지성(31·퀸즈파크레인저스)과 ‘포스트 박지성’ 김보경(23·카디프 시티) 이야기다. 김보경은 30일(한국시간) 스위스와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보경의 골로 한국은 8강 진출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김보경은 고비 때마다 왼발 슛으로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2009년 이집트 U-20월드컵 미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은 팀의 두 번째 골, 한국을 8강에 올려놓은 파라과이와 16강전 선제골이 모두 왼발 슛이었다. 성인 무대에 와서도 그의 왼발은 빛났다. 대표적인 장면이 2월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올림픽 최종예선 원정 경기.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0-1로 끌려갔다. 전광판 시계가 45분을 넘어설 즈음 홍정호가 후방에서 길게 올려준 볼을 김현성이 머리로 떨어뜨리자 김보경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왼발 발리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이번 스위스전 결승골과 비슷했다.

박지성처럼…위기땐 김보경 왼발이 쏜다

그 때 졌으면 올림픽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의 홍명보호를 있게 한 득점 중 하나였다.

김보경은 A매치 데뷔 골도 왼발로 만들어냈다. 6월12일 레바논과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에서 벼락같은 왼발 슛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흥미로운 건 김보경이 롤 모델로 삼는 박지성도 위기마다 왼발로 팀을 살려 ‘황금왼발’이라 불렸다는 점이다.

박지성도 A매치 데뷔 골이 왼발 슛이었다. 2000년 6월 마케도니아와 LG컵이었다. 2002한일월드컵 직전 프랑스와 평가전에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주전자리를 꿰찼다. 4강 신화의 시작이었던 2002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 원정 첫 16강을 이끈 2010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선제골도 왼발이었다.

박지성의 왼발은 유럽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그가 에인트호벤(네덜란드) 소속일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의 발판을 마련한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스리그 AC밀란과 4강 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2011년 4월 첼시와 챔스리그 8강 2차전 결승골도 왼발 슛이었다.

과거 한국 팬들은 대표팀이 위기에 빠지면 박지성의 왼발에 기대를 걸었다. 이제는 김보경의 왼발을 주목할 때다.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