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 ‘미운오리’ 최현주, ‘백조’가 되다…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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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0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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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양궁대표팀. 스포츠동아DB
여자양궁대표팀. 스포츠동아DB
[동아닷컴]

“사실 지금 (기)보배랑 (이)성진이는 컨디션이 정말 좋아요. 오히려 좋은 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최)현주만 받쳐주면 될 것 같은데…”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해냈다. 대표팀은 30일 오전(한국 시각) 영국 런던 로즈 그리켓 그라운드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210-209로 꺾고 한국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로써 한국여자양궁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단체전이 생긴 이래 7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최현주(28·창원시청)가 걱정거리였다.

지난 1996년부터 양궁대표팀에 몸담아온 ‘백전노장’ 장영술 총감독. 그는 한국양궁의 살아 있는 역사다. 하지만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진을 만난 장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세계 최강이라는 여자양궁단체전의 올림픽 7연패 달성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취재진을 데려간 뒤에야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장 감독은 “기보배(24·광주시청)-이성진(27·전북도청)은 아주 좋다. 다만 최현주가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감독은 “단체전이 좀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은메달도 아닌 ‘무조건 금메달’이 나와야 되는 종목이 한국여자양궁 단체전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표팀의 ‘맏언니’ 최현주는 대표팀 경력으로만 따지면 막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성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기보배 등 동생들과 달리 올해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유소년이나 상비군, 주니어 대표 경험도 없다. 국제대회 경력은 올해 출전한 두 번의 월드컵이 전부다. 국내 대회에서 올린 최고 성적이 작년 전국체전 일반부 동메달일 만큼, 베테랑이지만 무명 선수인 셈이다.

여자 양궁 대표팀. 스포츠동아DB
여자 양궁 대표팀. 스포츠동아DB


이러한 점이 불안요소였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한국여자대표팀에 발탁된 것만으로도 세계 최고의 궁사가 될 만한 자격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국제경험이 적어 올림픽처럼 큰 무대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갖게 했다.

불안요소는 또 있었다. 최현주의 심한 기복이었다.

장 감독은 “최현주의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편이다. 좋을 때는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지만 불안할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체전은 항상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팀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 아직까지 우리대표팀이 한 발 앞서 있긴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현주가 올림픽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코치들과 많은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27일 열린 랭킹라운드에서 기보배와 이성진은 671점을 쏘며 1-2위를 차지했지만, 최현주는 651점으로 21위에 그쳤다. 양궁 선배인 KBS 이은경 해설위원도 “랭킹라운드 성적도 낮고, 국제경험도 없는 선수”라며 불안감을 표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이변이 펼쳐졌다. 기복이 심한 최현주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 올렸다.

에이스로 꼽혀온 기보배가 결승전 초반 6점을 쏘는 등 악천후 속에 고전할 때, 대표팀을 이끌어준 건 최현주였다. 최현주는 이성진과 기보배 사이에 배치해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준 코칭스태프에 보답하듯, 결승전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연달아 10점을 ‘팡팡’ 꽂아넣었다. 그것도 5번 연속 10점이다. 최현주의 손끝은 스위스의 명품시계보다 섬세하고 정밀했다. 최현주의 골드행진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금메달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불안했던 최현주가 위기에 놓였던 한국양궁을 구하고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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