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대회에서는 상대팀과 가급적 같은 호텔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에 출전 중인 홍명보호는 같은 조에 속한 멕시코, 스위스, 가봉과 뉴캐슬 힐튼호텔에 함께 묵고 있다. 이른바 ‘한 지붕 네 가족’의 동거다.
이는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독특한 결정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한 조에 속한 4팀이 모두 같은 호텔, 같은 훈련장을 쓰고 같은 날 같은 경기장에서 30분 간격으로 게임을 벌인다(조별리그 최종전 제외). 4팀이 이곳 훈련장인 뉴캐슬 대학 코크레인 파크 스포츠클럽의 천연 잔디구장 각 1면씩 쓰고 있다. 상대 팀 훈련을 염탐할 수 없도록 가림막이 쳐 있다.
이렇다 보니 웃지 못 할 일도 생긴다. 식사시간마다 늘 상대 팀과 얼굴을 마주하는 데 분위기가 영 다르다. 한국은 차분하다. 홍명보 감독은 주무와 미디어오피서 외에는 식당에 아무도 휴대폰을 갖고 못 내려오게 한다. 식사시간만이라도 개인 활동을 자제하고 서로 얼굴보며 대화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바로 옆 가봉과 멕시코 식당은 언제나 시끌시끌하다.
이곳 호텔을 담당하는 조직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한국의 짐을 보고 크게 놀라기도 했다. 다른 팀들은 선수 개인 가방 외에는 별 다른 짐이 없었는데, 홍명보호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짐만 150개 박스 분량. 김형태 조리장은 전골 그릇과 버너를 챙겨와 매 끼 전골 등 선수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놓고 있다. 22일 저녁때는 열무김치를 이용해 별미 열무비빔밥이 식탁에 올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의 철저한 준비성에 이곳 사람들 입이 딱 벌어졌다”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