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아 실수…” 이만수 감독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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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7시 00분


이만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만수 감독. 스포츠동아DB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느낌이었다. 극도로 자신을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한때 누구 못지않게 시원시원하게 말하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SK 이만수 감독(사진)은 17일 잠실 LG전에 앞서 전반기 마감을 앞둔 소감을 묻자 “감독이 제대로 못한 게 아쉽다”며 “잘 버텨준 투수들에게 고맙고, 야수들은 전반기 마지막에 많이 올라와 후반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제대로 못한 게 아쉽다’는 말에 덧붙여 그는 “감독이 말을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수를 많이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말투와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했다.

너무 엄숙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취재진이 이 감독에게 ‘스타일이 바뀐 것이냐’고 가벼운 톤으로 질문을 던지자 다시 한번 “실수를 많이 해서”라고 답해 무거운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됐다. 이어진 선수들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상황을 지켜보겠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평소 솔직한 화법을 즐겨 써온 이 감독은 “8월까지 승패차 +18까지 가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힌 뒤 곧바로 8연패에 빠지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감독을 위해 야구를 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이 감독은 다른 감독들로부터 은근히 반감을 사온 덕아웃에서의 커다란 액션 등에 대해선 “(앞으로도) 똑같다”고 답했지만, 거듭해서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하더라”는 얘기를 되풀이했다.

초보 사령탑으로서 수차례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깨달음인 듯, 조심스럽게 입을 떼는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마치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반성하듯….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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