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수원 ‘위기탈출 역발상’ 지옥훈련 대신 물놀이 바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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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7시 00분


윤성효 감독. 스포츠동아DB
윤성효 감독. 스포츠동아DB
위기에 빠진 수원 삼성이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수원은 17일 훈련을 취소하고 경기도 용인의 한 워터파크에서 휴식을 취했다. 윤성효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선수 전원이 함께 했다.

뜻밖의 결정이다.

수원은 올 시즌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3연패당하는 동안 1골도 못 넣고 11골을 내줬다.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무기력한 내용에 선수들의 투지마저 실종돼 큰 비판을 받았다. 일부 홈 팬들은 공개적으로 윤 감독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선수들은 이날도 고개를 푹 숙인 채 클럽하우스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린 건 지옥훈련이 아닌 바캉스였다.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하루 훈련보다 분위기 전환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수원 이석명 단장도 “팬들이나 언론 눈치 보지 말고 재밌게 놀다 와라. 이것도 훈련의 일환이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선수단은 저녁 때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회식을 하며 의기투합했다.

역 발상을 통해 분위기를 바꾼 사례는 종종 있다.

최근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한 박지성의 두 번째 자서전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에는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일 때 일화가 소개돼 있다. 우승을 위한 중요한 경기에서 패한 날, 침울한 선수단 버스로 맥주가 한 박스 들어왔는데 웨인 루니가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천연덕스럽게 분위기를 띄우더라는 것.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에 신선한 충격을 느낀 박지성은 ‘패배를 곱씹을 게 아니라 빨리 씻어내는 것도 강팀의 한 조건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적었다.

한국대표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0년 2월, 한국은 도쿄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에 충격적인 0-3 완패를 당했다. 1978년 이후 32년간 이어져 온 27경기 무패 기록이 깨졌다. 팬들이 벌 떼같이 들고 일어났다. 당시 사령탑 허정무 감독은 다음날 훈련을 취소하고 식사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꾸지람 대신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모두 잊자”고 했다. 사흘 뒤 한국은 숙적 일본을 3-1로 꺾고 위기를 극복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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