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비바 유로]알고도 당하는 스페인 패스축구… 호날두-나니는 답 찾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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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독일과 그리스의 8강전이 열린 폴란드 그단스크의 PGE 아레나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 승 제물이 된 폴란드의 예지 엥겔 전 감독을 만났다. 유럽축구연맹(UEFA) 기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엥겔 전 감독은 10년 전을 떠올리며 “한국을 너무 얕봤다. 포르투갈을 강호로 생각했고 한국과 미국은 잡을 수 있다고 봤는데…. 그게 축구 아닌가”라며 웃었다. 그는 한국의 4강 신화를 기억하며 이번 대회 공동 개최국으로서 폴란드가 8강에 들지 못한 것에 “가슴 아프다. 하지만 최강 팀들의 멋진 경기를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유로2012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모든 팀이 ‘스페인 따라하기’와 ‘타도 스페인’을 함께 외치고 있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팀이 미드필드부터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며 점유율을 높이는 스페인 식 패싱플레이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과거 힘을 바탕으로 투박한 플레이를 펼치던 독일의 플레이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메주트 외칠(레알 마드리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바이에른 뮌헨) 등 개인기가 좋은 미드필더들이 짧은 패스로 풀어나가는 플레이에서 스페인 축구의 냄새가 났다. 다소 딱딱하다고 느꼈던 독일 축구가 부드러움까지 갖춰 훨씬 강한 ‘전차군단’이 됐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세밀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중앙 돌파, 좌우 돌파에 이은 크로스, 독일은 그리스를 초토화시키고 가볍게 4강에 합류했다. 독일과 스페인이 결승에서 만난다면 참 볼만한 경기가 될 것이다.

일정상 우크라이나로 이동하지 못해 TV로 지켜본 24일 스페인과 프랑스 경기에서는 프랑스가 ‘스페인 무너뜨리기 공부’를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가 C조 예선에서 보여줬듯 패싱플레이를 펼치는 스페인을 미드필드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볼을 획득했을 땐 바로 좌우나 중앙으로 찔러 승부를 띄우는 방식. 프랑스는 이날 수비를 5명이나 세우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FC 바르셀로나) 등 짧은 패스로 점유율 플레이를 펼치는 스페인을 압박했다. 볼을 잡으면 바로 왼쪽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나 중앙 공격수로 좌우를 넘나드는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에게 연결하는 속공으로 맞불을 놓았다. 전반 19분 사비 알론소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무너졌지만 최강 스페인을 상대하기 위해선 ‘선압박 후역습’이 공식일 수밖에 없음을 프랑스도 보여줬다.

28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4강 대결이 이번 대회 최고의 빅 매치가 될 것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파괴력이 있는 공격수가 버틴 포르투갈이 미드필드부터 강력한 압박을 하며 전광석화같이 역습할 때 스페인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사다. 스페인은 다소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포르투갈은 ‘타도 스페인’을 외치는 최선봉에 있다. 그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단스크(폴란드)에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폴란드#예지 엥겔#스페인#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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