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당한 10구단… ‘아홉수’에 걸린 야구

  • 동아일보

KBO 이사회 사실상 부결… 수년간 파행적 9구단 체제
선수협, 올스타전-WBC 거부… 수원시-전북도 유감 성명

《 힘차게 도약해야 할 한국 프로야구가 흔들리고 있다. 프로야구의 미래를 좌우할 제10구단 창단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총재와 9개 구단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10구단 창단 안이 언제 다시 상정될지는 알 수 없다. 사실상 ‘무기한 표류’인 셈이다. 내년부터 9구단 NC가 1군에 참여하기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는 당분간 불안정한 홀수 구단 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 표결은 안 했지만 사실상 부결

며칠 전까지만 해도 10구단 창단 승인은 낙관적으로 보였다. 롯데 삼성 한화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야구팬의 여론이나 전체적인 이사회의 흐름은 찬성 쪽이었기 때문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해 표결을 하더라도 승인에 필요한 7표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사회 개최 2, 3일 전부터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반대 측 구단들이 찬성 측 구단에 대해 대대적인 설득작업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찬성 의사를 밝혔던 몇몇 구단도 표결에 거부감을 보였다. 표결을 할 경우 편 가르기로 비칠 수 있고 향후 10구단 창단작업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 될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다수 이사가 표결에 부담을 느끼면서 KBO는 결국 표결을 강행하지 못했다. 명목상 당분간 유보였지만 실제로는 부결인 셈이다. 이사회는 “아마추어 야구의 전반적인 여건이 성숙된 뒤 10구단을 창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고교 20개팀, 중학교 30개팀 창단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 내년부터 퇴행은 불가피

내년부터 9구단 체제가 되면서 한국 프로야구는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홀수 구단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월요일 경기와 중립지역 경기 편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파행적인 리그 운영은 불가피하다.

5월 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한 내년 시즌 팀당 경기는 128경기다. 올해 133경기에 비해 5경기가 줄어 기록적인 면에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짝이 맞지 않아 4일을 쉬는 구단도 나온다.

만약 월요일 경기를 편성해 팀당 136경기를 치른다고 해도 문제다. 이 경우 13일을 연속해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우천 등으로 경기 일정이 밀리면 하루에 2경기(더블헤더)도 해야 한다.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홀수 구단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구단 관계자는 “우리 실정에서 8개 구단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구단 수의 축소는 곧 리그의 퇴보를 의미한다. “그럴 바엔 9구단은 왜 만들었느냐”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선수협 “올스타전, WBC 보이콧”

제10구단 창단이 불발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10구단 유치 활동을 벌여온 경기 수원시와 전북도는 이사회의 결정에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예고한 바와 같이 올스타전과 내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를 거부하고 선수노조를 설립해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야구팬이 준 사랑을 특권인 양 생각하며 (구단들이) 프로야구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10구단#선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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