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이언 쇼’… 구름 관중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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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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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첫날…3개 홀만 드라이버로 공략, 1언더 69타 3타차 공동 2위
미켈슨 6오버-왓슨 8오버, 코리안 삼총사 3-4오버 부진

블록버스터가 막을 올렸다. 서막부터 공동 주연 스타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기대했지만 일단 아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한 명에게 집중됐다. 나머지는 들러리처럼 보였다.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올림픽클럽 레이크코스(파70)에서 개막한 제112회 US오픈 1라운드. 같은 조로 묶여 최고 흥행카드로 꼽힌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버바 왓슨(이상 미국)의 희비가 교차했다. 우즈는 현명하게 험난한 코스를 요리하며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를 쳐 공동 2위로 마쳤다. 반면에 이 대회에서 5차례 준우승만 한 미켈슨은 6오버파(공동 93위)로 부진했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그린재킷을 입은 장타자 왓슨은 8오버파(공동 125위)로 고개를 숙였다.

2008년 US오픈 후 4년 만의 메이저 우승을 노리는 우즈는 화려한 쇼 대신 정확하고 참을성 있는 공략이 주효했다. 이날 우즈가 드라이버를 빼든 홀은 9, 10, 16번의 3개뿐이었다. 그 대신 레이저 같은 아이언 티샷으로 질기고 억센 러프를 피해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렸다. 무리하게 핀을 노리기보다는 그린 중앙에 공을 떨어뜨려 파를 지키며 스코어를 유지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71%가 넘었다. 우즈는 “러프에 빠지지 않고 그린에 공을 올려 파를 낚는다는 내 계획이 잘 먹혀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그린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다음 퍼트로 확실하게 홀인할 수 있도록 공을 가깝게 붙이는 ‘래그퍼트(Lag Putt)’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털어놓았다. 흔히 주말골퍼들이 3퍼트를 줄이려면 컵 주위에 가상의 원을 그린 뒤 그 안에 넣겠다는 생각으로 퍼트를 하라는 조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왓슨은 “예전 우즈가 돌아왔다. 그를 지켜보는 일은 황홀했다”라고 말했다.

무명의 마이클 톰프슨(미국)이 우즈에게 3타 앞서며 깜짝 선두로 나섰지만 이런 돌풍이 계속되리란 예측은 많지 않았다.

이날 156명의 출전 선수 중 언더파 스코어는 6명에 불과했다. 1라운드 평균 타수는 74.9타까지 치솟아 5타씩을 잃은 셈이었다. 선수들의 탄식이 쏟아진 가운데 동반자가 된 최경주(3오버파), 양용은, 김경태(이상 4오버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일본 지역 예선을 거쳐 출전한 박재범이 이븐파로 마쳐 공동 7위에 올랐다. 14세 최연소 출전선수 앤디 장(중국)은 9오버파로 공동 140위에 처졌지만 세계 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도 그와 동타였다. 지난해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배상문, 이동환 등과 7오버파(109위)로 체면을 구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해외 골프. 우즈#US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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