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구구장.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삼성전 선발 등판을 앞둔 고졸 2년차 좌완 유창식(20)이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덕아웃 한쪽에 조용히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모습을 발견해서다. 비 때문에 지난 로테이션을 건너 뛴 유창식에게는 이날이 12일 만의 선발 등판. 누구보다 설레고 긴장된 마음으로 등판을 준비했을 터다.
정 코치는 “저 나이 때는 빨리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싶어서 마음이 급한 게 당연하다. 좋은 현상”이라며 “나도 젊을 때는 경기 전에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흘러서 참느라고 혼났다”고 귀띔했다.
정 코치는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한번 던지고 나면 그 다음 등판까지 4일 쉬는 기간이 너무 지루했다. 등판 날만 기다리면서 일주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니 2주 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유창식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조금씩 체력이 떨어지는 베테랑이 되면 상황은 또 다르단다.
정 코치는 “나이가 들면 등판 전에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하고 놀라기 일쑤”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제자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창식이는 아마 지금 시간이 멈춘 것 같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