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삼진 98개 불구 초반 전력투 위험 징후 타선지원 없이 악전고투 근육부상도 겹쳐 한대화 감독 “훌훌 털고 쉬어”특별보호령
‘괴물’이 아프다. 한화 류현진(25)이 2군으로 내려갔다. 7일 대전 롯데전 도중 오른쪽 등 근육이 경직됐고, 10일 대전 넥센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안 그래도 외롭게 최하위로 처진 한화가 절대 에이스의 이탈이라는 악재까지 만난 것이다.
○삼진 98개의 그림자?
류현진은 올 시즌 11경기에서 75이닝을 던져 삼진 98개를 잡아냈다. 이닝당 1.3개꼴.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도 가능한 페이스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류현진은 지난달 31일 대전 삼성전에서 7이닝 동안 13탈삼진을 기록했는데, 그 중 9개가 4회까지 집중됐다. 당시 직접 지켜본 삼성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류현진이 1회부터 이를 악물고 던지는 건 올해 처음 본다. 초반에는 힘을 빼고 던지다가 주자가 나가면 전력투구하는 게 긴 이닝을 소화하는 비결 아니었나”라며 “계속 저렇게 던지면 다음 등판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밝혔다. 투구수는 평소와 다름없어도, 초반부터 쏟아 붓는 힘 자체가 예년과 달랐다는 의미다.
○불운에 따른 의욕저하?
류현진이 스스로의 힘으로 타자들을 이기고자 했던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1위팀 SK의 에이스 김광현과 비교해 보면 더 그렇다. 김광현은 2일 복귀 후 2경기에서 5이닝씩 던져 2승을 따냈다. 개막전을 포함해 11경기를 던진 류현진과 승수가 같다. 류현진은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모처럼 득점 지원이 따른 날은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출발한 시즌이었기에 허탈한 마음도 2배가 됐을 터. 설상가상으로 ‘근육 경직’이라는 암초까지 찾아왔으니 의욕이 바닥을 칠 만도 하다. 류현진은 “자꾸 아파서 팀에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휴식’으로 몸과 마음 추슬러라!
류현진은 지난해 왼쪽 등 견갑골 통증으로 2차례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그의 부상 소식을 듣자마자 한화가 화들짝 놀란 이유다. 그러나 조대현 트레이닝 코치는 “견갑골 아래는 재활이 필요한 부위였는데, 이번엔 그냥 담이 걸린 증상이다. 4∼5일이면 통증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팀의 방침은 지난해와 똑같다. 류현진의 완전한 회복이 최우선. 한대화 감독도 “원정 6연전에 동행하지 말고 대전에서 푹 쉬라”고 지시했다. 몸만큼 지친 마음까지 추스르라는 의미다. 류현진은 20일 대전 LG전 이후 1군 엔트리에 복귀할 수 있다. 훌훌 털고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기에 결코 늦은 시점이 아니다. 몸이 보낸 ‘휴식’의 신호는 오히려 의미 있는 쉼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