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몰카? 알고 보니…불법도박 경주실황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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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6일 07시 00분


경찰이 사설경마 현장을 덮쳐 불법도박 일당을 검거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20일 서울경마공원에서 비디오카메라로 경주실황을 무단 송출하다 검거된 일당들의 노트북 화면 캡쳐.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찰이 사설경마 현장을 덮쳐 불법도박 일당을 검거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20일 서울경마공원에서 비디오카메라로 경주실황을 무단 송출하다 검거된 일당들의 노트북 화면 캡쳐.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날로 첨단화되는 수법…불법 사설경마와 전쟁

노트북·카메라 등 장비 이용 전광판 영상 무단 송출
올 들어 두 차례나 적발…스마트폰 ‘도박 앱’도 골치
마사회 “신고포상금 상향 조정…불법행위 강력 대처”


최근 불법사설경마의 규모가 커지자, 경찰과 한국마사회가 불법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나섰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추산하는 불법 사설경마의 규모는 약 9조원에서 30조원. 2011년 한국마사회의 전체 매출이 7조788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네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한국마사회는 20일 과천시 서울경마공원에서 비디오카메라와 노트북으로 경주실황을 인터넷 사이트로 무단 송출하던 일당 세 명을 경찰과 함께 현장에서 검거했다.

이들은 남녀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사람들 이동이 많은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입구에 노트북과 연결된 비디오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고, 경주가 벌어질 때 경마공원에서 관람객을 위해 대형 전광판으로 제공하는 영상을 불법 인터넷사이트에 송출했다. 이 화면은 불법적인 사설경마 행위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사회는 노트북 등의 장비를 이용해 경마중계 실황을 전송하는 사례가 올해 들어 벌써 두 차례나 적발됐다고 밝혔다.

○제3국 서버 불법사이트 대다수, 무제한 베팅으로 유혹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제3국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가 대다수로 속칭 대포통장으로 돈이 오가거나 오피스텔 같은 데서 불법으로 게임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더욱이 최근에는 노트북으로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사설경마가 급증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법 사설경마가 판을 치자 한국마사회는 2011년 경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함께 사설경마 단속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도박 현장 97건을 단속하고 불법 사이트 395개를 폐쇄했지만 불법 경마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불법 도박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는 베팅의 금액한도제한이 없다는 것. 또한 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간단히 베팅에 참여할 수 있는 데다 계좌이체가 가능하며, 베팅 금액을 모두 잃어도 20% 정도를 환불해준다는 점도 사람들이 불법 도박에 유혹을 느끼는 이유이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구입 한도가 경주당 1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고, 온라인 베팅은 금지되고 있다. 마권은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등 현장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한국마사회 공정센터 관계자는 “불법 도박 업자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불법사이트와 도박장을 운영해 세금을 포탈하고 공익자금을 범죄자금화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독자적인 사법권한이 없어 단속에 애로가 많지만 사법기관과 공조를 강화하고 신고포상금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불법행위에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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