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에서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상민(오른쪽 사진 오른쪽)과 김승현. 이들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삼성의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현역 시절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고 있는 이상민(오른쪽)과 김승현. 삼성 제공
아직은 코치라는 호칭이 영 어색하기만 하다. “사람이 많을 때는 이 코치님이라고 불러요. 둘만 있으면 물론 상민이 형이죠. 흐흐∼.”
프로농구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승현(34)과 이상민 코치(40). 국내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이름을 날린 이들은 10년 가까이 서로 다른 팀에서 치열하게 맞대결을 펼치다 시차를 두고 삼성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시즌 초반 임의탈퇴 신분에서 풀린 김승현은 오리온스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다. 삼성에서 은퇴한 이상민은 미국 유학 도중 코치 발령을 받고 이달 초에 귀국했다.
이상민과 김승현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대표로 나란히 선발돼 태릉선수촌에서 룸메이트가 됐다. 이상민은 “겉보기와 달리 성격이 너무 깔끔하고 정리를 잘했다. 승현이는 대표팀 막내급으로 선배들 빨래도 챙겼는데 유니폼과 양말을 아주 잘 갰다”며 웃었다. 이들은 한국이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데 앞장섰다. 이상민은 필리핀과의 준결승에서 경기 막판 극적인 3점슛으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김승현은 중국과의 결승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가로채기로 대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까지 받은 김승현은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민이 형은 평생 은인일지 모른다”며 고마워했다.
처음 한 배를 탄 이상민과 김승현은 눈앞의 처지도 비슷하다. 이상민은 화려했던 과거를 접어두고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시즌 과도기를 겪은 김승현은 다가올 시즌을 진정한 복귀 무대로 여기고 있다. 이상민은 “초보 코치로서 많이 배워야 한다. 감독님을 비롯한 윗분들 신경도 많이 써야 한다. 승현이가 2년 공백을 딛고 팀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4월부터 운동을 해보기는 2001년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제대로 몸을 만들어 꼭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상민은 비디오 분석, 외국인 선수 선발자료 수집 등 코치 업무에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김승현도 오전 웨이트트레이닝과 수영장 재활훈련에 이어 오후 전술훈련 등으로 굵은 땀방울을 쏟고 있다.
삼성은 지난 시즌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사령탑 교체로 김동광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뒤 이동준과 황진원을 영입하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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