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현정화와 이에리사의 장외 스매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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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체육관. 탁구 관계자와 담당 기자들이 복식 팀을 꾸려 친선경기를 했다. 오른손잡이 선수는 왼손으로 기자들과 짝을 이뤘다. 실수를 연발하며 진땀을 흘렸지만 탁구로 하나가 된 자리였다.

이날 가장 바빴던 이는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43)였다. 그는 탁구대 앞에 서지도 못했다. 분 단위로 걸려오는 전화에 응답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7월에 개막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남녀 탁구 대표팀을 손수 챙기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5월에 개봉하는 영화 ‘코리아’를 홍보하느라 그의 휴대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코리아’는 1991년 남북한 단일팀이 우승을 차지한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영화의 제작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그는 “흥행 대박이 나야 한다”고 했다. 남과 북이 탁구를 통해 하나가 됐던 추억을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현 전무는 ‘코리아’ 시사회를 보며 펑펑 울었다. 세계선수권 당시 의자매가 됐지만 그 후 연락이 끊긴 북의 이분희가 떠올랐다. 남북 단일팀이 철옹성 같았던 중국을 꺾었던 기억도 오롯이 살아났다. 그는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남과 북이 수많은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이 영화에 담겼다. 이를 계기로 다시 통일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 전무의 탁구 선배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58·용인대 교수)은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전 촌장은 1973년 4월 10일 유고 사라예보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한국 구기 사상 첫 단체전 세계 제패를 이끈 주인공이다.

이 전 촌장에게 첫 탁구인 출신 국회의원이 되는 소감을 묻자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태릉선수촌장 시절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제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는 거였다. “국회의원이 됐다고 체육계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선후배의 조언을 듣고 체육계의 현안을 차분히 챙기겠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현 전무도 4·11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국회 입성 제안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현업에서 탁구 발전을 위해 뛰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이(에리사) 선배님처럼 똑 부러지는 분이 스포츠 발전을 위해 잘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현 전무는 탁구장에서, 이 전 촌장은 국회에서 일하게 됐지만 마음은 하나였다.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게 그랬다. 두 탁구 스타는 멋진 장외 스매싱을 준비하고 있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beetlez@donga.com
#현정화#이에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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