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민이 30년 가까이 해온 농구를 접기로 했다. 사진은 신한은행 시절 2007∼2008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후 2008년 3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에서 촬영한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0년 가까운 농구 인생을 마감한 ‘바스켓 퀸’ 정선민(38·국민은행)은 18일 경기 용인시 보정동의 집에 홀로 있었다. 거실에 놓인 수많은 트로피와 메달은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를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 세월을 얘기하던 그의 목소리는 서서히 잠기더니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플레이오프 때 만난 정선민은 이미 떠날 뜻을 내비쳤다. “내 의지대로 떳떳하게 결정할 거예요.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준우승에 머물렀던 신한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이 결국 그의 고별무대가 됐다. 그래도 막상 은퇴를 결정한 배경이 궁금했다. “이번 시즌 내내 한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선민 농구가 정점에 도달한 거죠. 더 뛰겠다는 건 욕심이고 추해질 것 같았죠. 부모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은퇴 얘기를 구단에 처음 꺼냈을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뭔가가 떨어져 가는 느낌이었다”던 정선민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그동안 꽃밭을 밟는 아름다운 시절 아니었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남 마산 산호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84년 농구를 시작한 정선민은 마산여고를 거쳐 1993년 SKC에 입단해 20년 동안 성인 무대를 굳게 지켰다. 신세계에서 4회, 신한은행에서 5회 등 총 9차례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1994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그해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금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 아시아선수권 2회 우승 등을 이끌었다.
정상에서 물러난 정선민은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 한동안 코트를 떠나 있겠다. 지도자는 쉽지 않다. 머리를 식히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