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九旬·아흔 살)이 넘었지만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64년 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를 이야기할 땐 어린아이처럼 흥분했다. 그 당시 역도 미들급 동메달에 이어 1952년 헬싱키 올림픽까지 2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성집 대한체육회 고문(93·사진)이 그랬다. 그는 지난해 손기정 선생(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별세)과 함께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 영웅에 선정됐다.
김 고문의 1948년 런던 올림픽에 대한 추억은 남다르다. 광복 이후 한국의 첫 메달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는 시상대에 섰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국기게양대에 태극기가 올라갈 때 ‘해방된 조국’을 갖게 됐음을 실감했어요. 어찌나 가슴이 찡하던지….”
김 고문은 휘문고보(현 휘문고) 재학 시절부터 역도에 천부적인 자질을 보였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출전이 유력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정부는 “고교생은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며 그를 선발하지 않았다. 1940, 44년 올림픽은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결국 김 고문은 스물아홉 살 때인 1948년에야 올림픽 무대에 섰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김 고문에게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동행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불편한 다리 때문에 아쉽게 포기했다. “걸을 수가 없어 집에만 있어요. 나이가 들었으니 어쩔 수 없죠. 마음 같아선 태릉선수촌을 찾아가 선수들을 격려해 주고 싶은데…. 한국이 런던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돌아오길 마음속으로 응원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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