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야구는 ○○다]<6>LG김기태 감독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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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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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도련님 야구’ 버리고

김기태 LG 감독(43)은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어지간해서 인상 쓰는 일이 없다. 하지만 만약 한 번 화가 나면 인정사정 보지 않는다.

그런 김 감독이 LG 선수들과 나누는 세리머니는 독특하다. 그는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를 향해 검지를 내민다. 그러면 그 선수도 검지를 펴 ‘작은’ 하이파이브를 한다. 주먹이나 손바닥을 부딪치는 다른 팀과는 차별화되는 풍경이다.

지난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손가락과 손가락을 부딪치기 위해선 상대에게 정성을 들여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손가락에 담는 것”이라고 했다.

LG는 올 시즌 유력한 꼴찌 후보로 꼽힌다. 자유계약선수 3인방(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은 다른 팀으로 떠났고, 지난해 에이스로 도약한 박현준과 선발 요원 김성현은 경기조작에 연루돼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 감독은 남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은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 선수들에게 물러서지 말고 밀어붙이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부임한 뒤 악재가 연이어 터졌지만 선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혼자 있을 때 맥주 캔을 들이켜며 속을 끓였지만 그라운드에선 항상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상대와 우리 팀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강한 야구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김기태 LG 감독(오른쪽)은 “손가락과 손가락을 부딪치기 위해선 상대에게 정성을 들여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배려와 단합으로 이겨나가겠다”며 검지 세리머니를 강조한다. 이대형과 검지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 LG 제공
김기태 LG 감독(오른쪽)은 “손가락과 손가락을 부딪치기 위해선 상대에게 정성을 들여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배려와 단합으로 이겨나가겠다”며 검지 세리머니를 강조한다. 이대형과 검지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 LG 제공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LG의 팀 컬러도 상당히 변했다. 시범경기에서 선수들은 독기를 품고 열심히 뛰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 LG 선수들은 도련님 같이 야구를 했는데 요즘은 죽기 살기로 뛰는 모습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돌아온 LG 전력도 힘이 된다. 경찰청에서 돌아온 우규민이 필승 계투조에 합류했고 에이스 봉중근도 시범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지난해 부상으로 부진했던 이대형이나 이병규(7번)도 방망이가 날카로워졌다.

김 감독은 “투수나 야수 모두 부족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프로야구#LG트윈스#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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