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세계 4강… 그녀들의 스톤, 평창에 닿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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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세계 4강… 그녀들의 스톤, 평창에 닿다
女컬링 메달은 못 땄지만 ‘올림픽 메달’ 희망 키워
모텔서 자고 밥 시켜먹으며 평창의 꿈 향해 성큼성큼

1월 초 태릉빙상장에서 만났던 여자 컬링 대표선수들. 고된 훈련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그들이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적적인 4강을 이뤘다. 왼쪽부터 이슬비, 스키퍼 김지선, 신미성, 이현정, 김은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월 초 태릉빙상장에서 만났던 여자 컬링 대표선수들. 고된 훈련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그들이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적적인 4강을 이뤘다. 왼쪽부터 이슬비, 스키퍼 김지선, 신미성, 이현정, 김은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고단백 식사 한번 하실래요?”

올 초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훈련이 한창이던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빙상장. 점심시간이 되자 막내 김은지(22)가 배달식사 주문을 받았다. 당시 선수들은 일명 ‘촌외훈련’을 하고 있었다. 올해 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 때문에 선수촌이 꽉 차는 바람에 인근 모텔에서 묵으며 훈련장을 오가고 있었다.

선수촌에서 나오는 고단백 식사는 언감생심이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자주 먹는다는 ‘특제 볶음밥’을 추천했다. 인근 분식집에서 배달해 온 특제볶음밥은 엄청난 양에 큼지막한 돈가스가 얹혀 있었다. 일반인인 기자는 먹다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밥을 먹었던 곳은 라커룸이었다. 모텔에서 자고 라커룸에 신문지를 깔고 밥을 먹으면서도 선수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한번 해 보자”는 분위기가 충만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여 후 그 선수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2012 세계여자컬링선수권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쓴 것이다.

○ 코리아는 도깨비 팀

한국은 26일 열린 3, 4위전에서 캐나다에 6-9로 패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기적의 4강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말 현재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남녀를 모두 합쳐 671명이다. 초중고교 학생까지 모두 더한 수다. 이 정도 선수를 보유한 나라가 세계 4강에 들었다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도깨비 같은 팀이었다. 세계랭킹 12위 한국은 18일 세계랭킹 1위이자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스웨덴을 9-8로 꺾었다. 그것도 최종 10엔드에 3점을 얻어 대역전승을 거뒀다. 컬링의 특성상 한 엔드에 3점을 얻는 건 무척 이례적이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거칠 게 없었다. 20일엔 컬링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7-2로 꺾었고 21일엔 밴쿠버 올림픽 동메달 팀 중국마저 눌렀다. 25일 플레이오프에서 이겼던 캐나다를 이튿날 3, 4위전에서 만나 패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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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치를 향해, 평창을 향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2014년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걱정하는 처지였다. 최소 8강에 들어야 안정적으로 출전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9포인트를 얻음으로써 한국 여자 컬링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게 확실시된다. 평창에서 열리는 2018 올림픽에서의 메달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최근 KB국민은행이 컬링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기로 했지만 선수단 지원과 함께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 컬링전용경기장은 태릉과 경북 의성 등 2곳밖에 없다. 2017년 충북 진천에 경기장이 들어서지만 훈련을 하기에는 너무 늦다.

한 컬링 관계자는 “태릉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관리가 엉망이다. 캐나다의 컬링장이 고속도로라면 태릉은 비포장도로로 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열리기 3주 전부터 현지로 날아가 전지훈련을 했다. 얼음 적응이 관건인 컬링에서 그 전지훈련이 없었다면 한국의 기적적인 4강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컬링#컬링4강#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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