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 성흔이 망극하옵니다” 롯데타선 중심 맡은 홍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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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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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4번 타자를 맡게 된 홍성흔이 22일 부산 사직야구장 내 복도에서 4번 타자를 뜻하는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롯데 4번 타자를 맡게 된 홍성흔이 22일 부산 사직야구장 내 복도에서 4번 타자를 뜻하는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대학시절까지 4번 타자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저 수많은 관중이 이름을 연호하는 프로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1999년 프로 데뷔 후 한 계단씩 성장해 롯데의 ‘4번 타자’로 시즌을 맞게 된 홍성흔(35) 얘기다.

홍성흔은 일본으로 떠난 이대호(30·오릭스)를 대신해 올해 롯데 타선의 중심을 맡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4번 타자’ 보직을 받고 준비한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만난 홍성흔은 진중하면서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어투로 감회를 밝혔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 부담감 때문에 타석에 서면 몸이 뻣뻣해졌다”며 “내가 해결한다는 생각을 최대한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버맨 스타일 밀고 나갈 것”

홍성흔은 4번 타자로 변신하기 위해 스윙 폼도 수정했다. 힘보다는 정확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방망이를 두 손으로 세게 잡고 스윙을 했다. 반면 지금은 왼손에 힘을 빼고 타이밍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 박정태 타격코치의 현역 시절 타격 자세를 자기 식으로 응용했다.

홍성흔은 “(이)대호가 영리한 점은 힘으로만 치지 않고 정확히 맞히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며 “홈런과 타점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정타를 치면 장타도 나온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타격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홍성흔의 별명은 ‘오버맨’이다. 약간 오버 한다 싶게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잡는 스타일 때문이다. 무게감 있는 4번 타자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홍성흔은 “4번을 맡은 뒤 행동이 조심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4번 타자라고 무게만 잡는 게 능사는 아니다. 내 스타일을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 투수들의 견제와 아들의 기대

홍성흔은 4번 타자에 대한 투수들의 견제가 생각보다 심하다고 했다. 21일 한화 박찬호와의 대결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느꼈단다. 그는 “시속 140km 초반대로 던지던 (박)찬호 형이 나한테는 147∼8km대 직구를 뿌리더라. 4번 타자는 반드시 삼진으로 잡겠다는 찬호 형의 의지가 느껴졌다. 다른 투수들도 4번에게는 확실히 쉬운 공을 잘 안 준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4번 타자로 성공해야 할 다소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아빠보다 이대호를 더 응원하는 듯했던 아들 화철 군(4) 때문이란다.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들이 ‘이대호보다 더 잘해야 된다’며 부담을 주더군요. 아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잘해야지요.”

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4번타자#롯데#홍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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