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살린 영웅…최강희 매직, 열흘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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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일 07시 00분


쿠웨이트를 2-0으로 꺾고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대표 선수들이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인사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쿠웨이트를 2-0으로 꺾고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대표 선수들이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인사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2개월전 대표팀 감독직 수락 ‘가시밭길’
쿠웨이트전 준비
단 열흘 최종예선 티켓
닥공 등 이식 못해…조직력 아직 미지수
특유의 승부사 기질 “브라질월드컵 OK”


대표팀 최강희(53) 감독은 2005년부터 전북 현대 사령탑을 맡아 K리그만 103경기를 소화했다. 큰 승부도 많이 치렀다.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시리아 적지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K리그를 제패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런 베테랑 최강희 감독에게도 29일 쿠웨이트와 3차 예선 최종전 90분은 정말 길게 느껴졌을 것 같다. 한국은 힘겹게 최종예선 진출권을 따냈다. 힘들었지만, 단 한경기로 한국축구 최고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최 감독에게는 최종예선 통과라는 큰 장애를 넘어야한다.

○고심 끝에 든 독이 든 성배

이날 경기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홈에서 화끈한 승리를 바랐던 팬들은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당면 목표였던 최종예선 티켓을 거머쥔 최강희 감독에게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가 12월22일 대표팀 감독이 된 뒤 약 2개월 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최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할 때 상황을 보면 이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협회가 12월 말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면서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협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성난 여론을 달랠 수 있는 카드는 전북에서 ‘닥공’ 신드롬을 일으킨 최강희 감독뿐이었다. 축구 인들은 “최강희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그가 수락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당시 최 감독은 전북에서 장기계약 제안 받았다. 클럽 감독으로 최고 주가를 달렸다. 장밋빛 미래가 보장돼 있었다. 물론 대표팀 사령탑은 모든 축구 인들의 꿈이지만 당시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쿠웨이트에 져서 최종예선에 오르지 못하면 그것으로 축구 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최 감독은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마셨다.

감독 수락을 결정한 날, 그는 하얗게 밤을 샜다. ‘내가 왜 이걸 맡는다고 했을까’ 번민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거짓말처럼 머리가 맑아졌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29일 오후 9시 한국 축구대표팀 대 쿠웨이트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이 열렸다.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2-0 승리를 거둔 후 코칭스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상암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우터 @beanjjun
29일 오후 9시 한국 축구대표팀 대 쿠웨이트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이 열렸다.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2-0 승리를 거둔 후 코칭스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상암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우터 @beanjjun


○최종예선을 기대

이게 끝이 아니다.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을 위해 뛰어야 한다.

최 감독이 늘 말했듯 쿠웨이트 전은 특별한 승부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을 이끌 능력도 여건도 안 됐다. 최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일이었다.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내년 6월부터 시작되는 최종예선이 진검승부다. 최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자 그 밑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많은 이들은 “대표팀에서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팀을 끈끈하게 만들 줄 아는 리더십과 지략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최 감독은 K리그에서 ‘재활공장장’, ‘닥공 축구의 선구자’로 불렸다. 그가 자신의 지도력을 이제 경기력으로 증명할 때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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