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을 수 없는 1%의 희망… 투수 최다출장 3경기 앞둔 류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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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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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수술… 41세로 힘겨운 도전

올해 마흔한 살이 된 LG 왼손 투수 류택현이 일본 오키나와 이시
카와 구장 내 실내연습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올해 마흔한 살이 된 LG 왼손 투수 류택현이 일본 오키나와 이시 카와 구장 내 실내연습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마흔 살(한국 나이)에 팔꿈치 수술을 한 뒤 팀에서 방출됐다. 모든 사람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 투수가 다시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그런 전례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단 1%라도 가능성을 믿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천지차이다. 희미한 가능성을 믿고 그 길을 향해 전력을 다했다”고 했다. 선수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는 LG의 베테랑 왼손 투수 류택현(41) 얘기다.

그는 2010년 초반부터 팔꿈치가 아팠다. 그해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시즌이 끝난 뒤 구단은 직원 자리를 제안했지만 그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구단은 결국 그를 방출했다.

그때부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다행히 구단은 경기 구리에 있는 팀 재활 캠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홀로 재활에 매달렸다.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올해 1월 5일 시무식. 류택현은 선수가 아닌 코치로 선수단 앞에 섰다. 구단이 그를 2군 투수 코치로 임명한 것이다. 구단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선수 등록을 했다. 왼손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LG 구단은 반신반의했다. 김기태 감독조차 “그 나이에 재기가 쉬운 게 아니다. 일단 전력 외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류택현은 사이판과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코치 자격으로 오후까지 후배 선수들의 연습을 도왔다. 그리고 개인 시간을 활용해 묵묵히 공을 던졌다. 14일 니혼햄과의 연습 경기는 류택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그는 이날 1이닝을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제구는 안정적이었고 공에는 힘이 있었다. 김 감독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금처럼만 던진다면 왼손 불펜 투수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811경기(12승 28패 6세이브 103홀드)에 등판한 류택현은 3경기만 더 던지면 조웅천(SK 코치)이 갖고 있는 투수 통산 최다 출장 기록(813경기)을 넘어선다. 그는 “개인 기록은 중요치 않다. 팀의 숙원인 4강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팬들에게는 ‘1%의 가능성을 잡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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