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잘사니? 잘해”… 김인식의 ‘제자 격려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감독님, 내일 일본으로 떠나는데 한 말씀 해주십시오.”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속지 마. 참고 기다려야지.”

지난해 초 이승엽(삼성)과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규칙위원장이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마지막 부활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김 위원장은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승엽이는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었어. 타향에서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2군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윙이 급해진 거지. 하지만 이제 국내에 돌아왔으니 편하게 잘할 거야.”

야구 선수들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야구 스승’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시즌 도중 자진 퇴단한 김태균(한화)도 그랬다. 당시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지만 김 위원장만은 그를 감쌌다. 김태균은 “내가 일본에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르면서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이때 한화 시절 은사였던 김 감독님은 ‘너의 판단을 믿는다’며 위로해줘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동주(두산) 역시 신인 때부터 4번 타자로 믿고 기용해준 김 위원장을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한화 감독 시절이었던 2009년, 상대 팀 선수들은 경기 전 더그아웃으로 찾아와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그때마다 “잘사니?” “오늘은 두 배로 더 잘해라”라는 식으로 덕담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으로 준우승을 이끌며 ‘국민 감독’으로 칭송받았다. 비록 그해 한화 사령탑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요즘도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인생 뭐 있어? 서로 믿고 배려하며 살면 되지.”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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