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최우수선수’ 김창원 씨 “동아마라톤과 저는 천생연분”

  • 동아일보

“동아마라톤과 저는 정말 천생연분인 것 같아요.”

검은 피부의 청년은 정장 차림이 어색한지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이 담긴 골든슈를 받은 뒤에야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아프리카 부룬디 출신 난민에서 한국 마스터스 마라토너 제왕에 오른 김창원(본명 버진고 도나티엔·33·사진) 씨는 수상 소감에서 ‘인연’을 강조했다.

김 씨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1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올해 서울국제마라톤(2시간27분33초)과 경주국제마라톤(2시간28분48초), 하이서울마라톤 10km(33분44초)에서 우승했다.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 심사위원회(위원장 이종세 스포츠동아 이사)는 김 씨가 뛰어난 성적은 물론 마라톤 동호회 지도, 부룬디 어린이 책보내기 사업 후원, 경남이주민센터 외국인 노동자 상담 등 봉사활동에 앞장섰기에 올해의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모든 마스터스가 꿈꾸는 상을 받아 영광스럽다. 모두가 인정하는 진짜 한국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하프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방한했다가 고국에서 내전 상황이 악화돼 귀국하지 못했다. 그는 난민 신청을 한 뒤 한국에 정착했다. 지난해 11월 귀화 시험에 합격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낮에는 ㈜현대위아에서 일하고 밤에는 경남대 경영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남자 20대 부문 이상훈, 40대 최진수, 50대 한재권, 60대 강철생, 여자 20∼30대 박천순, 40대 이민주, 50∼60대 조경숙 씨가 각각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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