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축구’ 화려한 피날레… 전북, 2년 만에 또 별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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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67골 최다… 루이스 역전골 大尾 장식

K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 울산 2-1 꺾고 우승

울산으로서는 땅을 칠 만큼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1-1로 맞선 후반 18분 울산 용병 루시오가 뒷머리로 살짝 공의 방향을 바꾸었다. 공은 강하게 회전하며 전북의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상대 골키퍼는 손도 대지 못했다. 그러나 공은 오른쪽 골대를 맞힌 뒤 옆에 서 있던 골키퍼 방향으로 튀어 올랐다. 울산 응원단에서는 신음 같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곧바로 전북의 역습이 시작됐다. 후반 23분 미드필드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잡은 루이스는 폭풍 같은 질주를 시작했다. 약 20m를 달리며 수비수 2명을 제친 루이스는 강한 오른발 슛으로 울산의 그물을 흔들었다. 2-1. 총력전에 나선 울산 수비수들이 전진 수비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뒤따라오던 울산 선수는 그물 안에 놓인 공을 다시 한 번 세차게 걷어차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전북이 울산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북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후반 11분 울산 설기현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14분 에닝요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북은 전반 25분 이동국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선제골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두 번째 페널티킥 기회를 맞자 혹시나 이동국이 찰까봐 코치를 불러 확인까지 했다. 그의 부담감을 의식한 것이다. 통산 115골을 기록 중인 이동국은 역대 최다골(116골) 타이기록을 눈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전북은 1, 2차전 합계 4-2로 승리했다.

전북은 2009년에 이어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팬들은 전북의 화려한 공격 스타일을 ‘닥공(닥치고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올 시즌 67골로 16개 구단 중 최다 득점. 수비 안정에도 힘썼다. 전북의 32실점은 최소 실점 3위에 해당한다. 전북은 역대 최다인 경기당 2.23골을 넣었고 역대 최다 타이인 22경기 무패 행진(14승 8무)을 기록했다.

전북은 지난달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사드(카타르)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한 뒤 후유증을 앓았다. 가라앉은 분위기 탓에 챔피언결정전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전북은 개그맨 ‘달인’ 김병만을 구단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그로부터 인내와 끈기에 대한 특별 강연을 듣는 등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최 감독은 “달인과 함께 유쾌한 시간을 보내며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009년 우승 때 팬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나섰다. 한 번 더 우승해 달라는 팬의 부탁을 상기하며 승리를 다짐했다. 그는 관중석 앞에서 팬들에게 “눈물나게 고맙다”며 성원에 화답했다. 팬들은 프로축구 최단 기간 100승을 돌파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낸 최 감독을 ‘강희대제’라 부르며 환호했다.

한편 이날 3만3554명의 관중이 입장해 올 시즌 프로축구 통산 303만586명을 기록했다. 한 시즌에 관중 3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북은 우승 상금 3억 원, 울산은 준우승 상금 1억5000만 원을 받았다.

전주=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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