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vs 포항 PO전 뒷이야기] PK 성공 설기현, 야유 쏟아지기 전에 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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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7시 00분


울산 현대 설기현. 스포츠동아DB
울산 현대 설기현. 스포츠동아DB
26일 포항 스틸야드. 주심의 종료휘슬이 울리자 포항 선수들은 모두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자랑하며 ‘신바람 축구’를 선도했던 포항은 PO에서 울산을 만나 고개를 숙였다. K리그에서 숱한 명승부를 연출했던 포항과 울산은 이번에도 격전을 펼치며 많은 후일담을 남겼다.

●…‘설기현 더비’다운 경기였다. 스틸야드를 가득 메운 2만 포항 팬들은 울산 설기현(사진)이 볼만 잡으면 심한 야유를 쏟아냈다. 후반 27분 모따의 반칙으로 설기현이 PK를 얻어내자 야유는 극에 달했다. 울산 선수들은 일제히 설기현에게 “형이 PK를 차라”고 말했다. 설기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설기현은 노련했다. 킥을 하라는 주심 휘슬이 울리자마자 재빨리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포항 팬들이 본격적으로 야유를 하기 전이었다. 설기현은 “지난 수원과 준PO 승부차기 실축도 만회하고 싶었다. 만약 못 넣어도 후배들이 아닌 내가 모든 욕을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울산 팬들의 대표 응원가는 가요 ‘잘 있어요’다. 이 노래와 포항에 얽힌 사연이 있다. 울산은 포항과 중요한 경기에서 만날 때면 이기고 있다가 응원석에서 ‘잘 있어요’를 부른 뒤 역전당한 적이 많았다.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됐다. 그래서 요즘에는 후반 45분부터 이 노래를 부른다. 이날도 울산이 1-0으로 앞서고 있다가 전광판 시간이 후반 45분이 되자 울산 응원석에서 ‘잘 있어요’ 노래가 흘러나왔다.

포항 패배에 구단 프런트들은 허무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포항은 승리를 자신했다. 30일 전북과 챔프전 홈 1차전 경기시간이 방송중계 때문에 오후 6시10분으로 확정되자 포항시청과 포스코, 협력사들을 찾아 이른 시간 퇴근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마쳤다. 12월4일 전주 2차전 원정 때는 대규모 응원단을 동원하기 위해 50대가 넘는 전세버스까지 섭외를 해 놨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이 무용지물이 됐다.

포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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