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삼성 오승환, 천하무적 돌직구의 ‘허리하학적 비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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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7시 00분


‘끝판대장’으로 불리는 삼성 오승환은 특급마무리 투수답게 투구 메카닉은 물론 멘탈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끝판대장’으로 불리는 삼성 오승환은 특급마무리 투수답게 투구 메카닉은 물론 멘탈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해박한 이론과 경험, 철학을 겸비해 투수 분야 최고 지도자로 꼽히는 양상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이번 오프 시즌을 맞아 스포츠동아에 ‘양상문의 투수탐구’를 연재합니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본지에 ‘투수학 개론’을 연재해 투수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함께 실전에 필요한 기술을 설명했던 양 전 감독은 이번에는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각 팀 간판 투수들을 자신만의 눈으로 평가·분석하는 ‘양상문의 투수탐구’를 게재합니다.

1. 삼성 마무리 오승환


심플하지만 강렬한 투구폼서 뿌리는 패스트볼
강한 허리·하체가 받쳐줘야만 위력 발휘
손가락 짧아 변화구는 애로…직구 전략적 집중
완벽 퀵모션에 위기를 즐기는 강심장까지
끝판대장 신화는 계속된다!

삼성 오승환은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이다. 역대 마무리 투수 중 누가 가장 뛰어난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겠지만 최근 오승환의 아성을 넘을 선수는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오승환에 필적할 선수는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2009년과 2010년 부상과 수술의 어려운 시간을 보낸 후 올시즌 보여준 활약은 정말로 경이로운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대선수를 분석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알고는 있지만 커가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에게 그리고 야구팬들에게 좀 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 보기로 한다.

오승환의 투구 메카닉

오승환의 투구폼은 시작과 끝의 연결동작을 한 동작으로 본다면 정말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폼이다. 투구폼이 크거나 움직임을 많이 보여 주면서 타자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된 투구폼이지만 정말 강한 포스를 느끼게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서 드러나는 근육의 무게, 힘을 저장해서 단 한곳에서 모든 것을 불러내는 로켓포 같은 투구동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강한 투구폼은 또한 강한 허리와 하체가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모션이다. 최근 많은 학생 투수들이 오승환의 동작을 따라한다고 들었다. 마지막동작 릴리스를 한 후 피니시에서 강력하게 일어서는 것을 그대로 모방한다는 것이다. 특급 투수의 투구폼을 따라한다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순 없으나 확실한 기본기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학생 선수들이 오승환 의 강한 힘을 이용한 투구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구종개발(?)

오승환이 던지는 직구는 돌직구라 불린다. 물리학적으로 처음보다 타자를 지나갈 때의 스피드가 더 빨라질 수는 없다고 하지만 타석에서 그리고 경기장에서는 타자를 지나갈 때 공의 위력이 배가되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투수의 가장 위력적인 구종은 역시 ‘패스트볼’ 타자가 투수의 구종 중 가장 공략하기 힘든 것도 역시 ‘패스트볼’이란 사실은 거의 모든 야구선수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특히 1이닝만을 던지는 그리고 한 타석 밖에는 상대할 수 없는 마무리 투수의 위력적인 빠른 볼은 가장 큰 주무기가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오승환에게 끝판대장이란 별명이 만들어진 이유이다. 오승환을 아끼고 있는 류중일 감독은 떨어지는 변화구가 한 개만 있으면 하는 욕심을 내고 있다. 이런 생각은 과거 선동열 감독도 오승환에게 주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안타깝게도 손가락의 길이가 짧다. 신체적 구조가 이런 것이다. 다행히 슬라이더나 컷패스트볼 같은 구종을 선택하여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직구, 즉 패스트볼만 투구할 때는 파울볼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 류중일 감독 입장에서는 보기가 안쓰러웠을 것이다. 2-0, 2-1 때 빠른 변화구 한 개만 던지면 타자가 분명히 속을 것 같은데 빠른 공 승부는 힘이 들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직구+컷패스트볼 단 두 가지 구종으로 MLB 타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굳이 오승환이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려 하기보다는 정말 단 두 가지 구종으로 지금 갖고 있는 장점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스포츠동아DB

견제능력 & 수비능력

올시즌 오승환이 등판할 때는 항상 긴박한 상황이었다. 3점 리드 세이브는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1점 승부에서의 상대팀은 보내기 번트나 도루로 1루주자를 2루에 보내는 것이 득점을 하기 이전의 목표였다.

1점 승부 때 삼성 안지만, 오승환의 역할인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할 때 1루 주자의 2루 도루를 막기 위한 마운드에서의 긴장감은 엄청나다. 주자의 스타트를 막기 위한 투수의 퀵모션은 평소 훈련량이 많지 않으면 실전에서 스피드도 떨어지지 않게 그리고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게 던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런 상황에서도 본인이 던질 수 있는 일정한 구속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았고 1루 주자에 쉽게 2루 도루를 허용하지 않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번트 수비 역시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 번트 타구를 잡아 선행주자를 잡는 모습이 많지는 않았지만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마운드에서 투구를 할 때도 그런 모습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여유와 감정의 절제력, 그리고 침착하다는 것이다.”

정신력, 심리적인 멘탈의 느낌

투수는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경기가 시작되지 않는다. 투수의 움직임을 동료 선수, 상대 선수, 양쪽의 벤치, 그리고 3만 관중과 TV 카메라가 동시에 주시하고 주목하고 있다. 혹시 원정경기 중 상대 팬들의 함성 소리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며 매번 등판 때마다 완벽한 자기 투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강한 심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의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외부에서는 절대 알 수 없다. 그러나 돌부처란 별명은 정말 오승환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어떤 힘든 상황도 끄떡없다는 듯 흔들리지 않는 거목의 모습. 가르쳐줄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는, 부모가 준, 하늘이 준 배짱을 보유하고 있는 투수다. 그 상황에 기분은 어떻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보이는 대로의 모습. 냉철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 그냥 그것으로 족하지 않는가.

● 롱런하길 바라면서

오승환을 가장 가까이서 아끼는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오승환의)투구폼이 매끄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히려 너무 강한 힘으로 투구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얘기한다. 투수의 근력은 두껍고 강한 것보다는 유연한 것이 더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서 힘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유연성을 갖춘 몸을 갖고 있다면 훨씬 오랫동안 전성기를 유지할 것이다. 선수는 자신이 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훈련 방법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 새로운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강한 근력을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하고 있는 오승환도 계속적으로 지금의 훈련 방법을 유지할 것이다. 그런 프로그램에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는 근력을 만들기 위한 것도 가미시킨다면 당분간 깨어지지 않을 마무리 기록을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진심으로 기대한다.
■ 류중일 감독 “오승환, 자기관리 완벽…단점이 없다”

류중일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올시즌 감독이 되어서도 정말 가까이서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얘기는 성실하다, 알아서 한다, 그리고 팀에 가장 큰 역할을 해준다. 단점은 없다고 단언했다. 감독으로서 우승까지 한 올시즌 오승환의 공헌도 때문에 하는 칭찬은 아닐 것이다. 투수들의 훈련 내용은 정말 지루하다. 인내하지 않으면 짜증이 날 정도로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 많다. 알아서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선수들 특히 투수들은 느낄 것이다. 이렇게 성실하게 알아서 하지 않았다면 부상과 수술 뒤 올해를 최고의 해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2009년 제2회 WBC 대회 준비로 대표팀이 모였을 때도 오승환은 똑같은 생각을 갖도록 해주었다. 물론 대표팀에 합류한 거의 모든 선수들이 스스로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가 분명히 있고 또 그런 훈련을 스스로 하고는 있지만 그 중 오승환과 몇몇 선수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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