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KS)에 선착해있던 삼성이 대구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고 KS 우승에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SK는 2007년 KS에서 2패 뒤 4연승을 거두는 등 유독 위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또다시 반전은 이뤄질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 양상문·이효봉 해설위원의 눈을 통해 KS 1·2차전을 돌아보고 28일부터 펼쳐지는 3·4차전을 예상해 본다.
● 1·2차전 결과 분석
삼성, 박정권 변화구 견제 등 분석 주효
▲ 양상문 해설위원=1·2차전은 양팀 모두 점수를 많이 내지 못하는 저득점 양상으로 진행됐다. 삼성 방망이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지만 SK 타자들의 부진은 예상 밖이다. 이유는 롯데와 맞붙었던 플레이오프(PO)에서 찾을 수 있다. 롯데 투수들은 PO에서 SK 타자들을 상대로 직구보다는 대부분 변화구 승부를 택했다.
차우찬 안지만 장원삼 오승환 등 삼성 투수들의 볼이 정규시즌보다 위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SK 타자들이 손을 못댈 정도는 아니다. PO 영향 탓이 크다. 게임 치르는 감각은 좋아졌지만 빠른 볼 대처능력은 바닥에 가까운 체력 문제와 맞물려 SK 타자들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두 게임을 통해서 삼성 불펜의 힘이 SK보다 낫다는 것도 증명됐다. 양적, 질적으로 풍부한데다 휴식기를 거치면서 확실히 힘에서 우위를 보였다. 삼성 투수들은 SK 박정권을 상대할 때 다른 타자들과 달리 주로 변화구 승부를 택했고, 직구는 대부분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만 던졌다. 박정권이 PO때도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고, 직구 타이밍에 홈런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같은 정확한 전력분석이 삼성이 두 게임에서 모두 승리한 또다른 힘이었다.
쌩쌩한 삼성불펜, 힘으로 SK타자 압도
▲ 이효봉 해설위원=점수차는 많이 안 났지만, 힘에서는 양 팀이 제법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 마운드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SK 타자들이 무기력하게 보일 정도로 삼성 투수들의 공이 좋았다고 본다. SK가 좋은 기회를 못 살린 아쉬움이 있지만, SK 타자들이 상대하기에는 삼성 투수들의 볼이 상대적으로 워낙 빼어났다. SK 입장에선 1차전에서 매티스가 선발로 나왔을 때 초반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나, 2차전에서도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선제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도 크다. 승부는 찬스를 살리느냐, 위기를 막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그것이 그 팀의 능력이다.
SK는 지키는 힘에서 우위를 보여 KIA와의 준PO, 롯데와의 PO를 이기고 올라왔는데 지금 힘의 논리로 보면 삼성이 SK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3·4차전 전망
팔꿈치 안좋은 송은범 활약이 관건
▲ 양 해설위원=시리즈 개막전 이미 얘기했듯, 삼성 마운드의 힘이 SK보다 앞선다. 2연승을 한 삼성이 절대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SK 입장에선 2패 뒤 4연승을 했던 2007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변수가 나오기 힘들어 보일 정도다.
작년 삼성처럼 4연패를 당할 수 있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SK로선 3차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SK 3차전 선발 송은범은 팔꿈치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송은범이 얼마나 던져주고, 정우람 정대현 등 1·2차전에 나서지 않았던 SK 필승 불펜진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팀 운명은 물론 시리즈 향후 판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SK, 3차전 잡아야 김광현 효과 기대
▲ 이 해설위원=일단 3차전이 SK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발 송은범이 시리즈 전체의 키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쪽 타선이 상대 마운드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보면, SK 입장에선 송은범이 중반까지 경기 흐름을 장악해줘야 정대현 정우람 등 1·2차전에서 안 나왔던 필승 불펜조로 연결할 수 있다. 송은범은 팔꿈치가 안 좋은 상태에서도 준PO와 PO에서 시리즈 분위기를 바꾸는 역투를 펼쳤다. 휴식기간을 일부러 길게 잡은 느낌을 주는 만큼, 송은범이 상대 저마노∼차우찬과 맞설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준다면 3차전 결과 뿐만 아니라 4차전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
SK 4차전 선발로 예상되는 김광현에게도 3차전 결과는 중요하다. 3패로 몰린다면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지만, 1승을 만회한 뒤 등판한다면 그의 잠재력이 폭발할 수도 있다. 2007년 두산과의 KS 1승2패에서 2승2패 동률을 이끌었던 김광현의 힘을 기대하기 위해서도 SK는 3차전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