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차출 논란’ 헤딩으로 날려보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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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戰 3호골

“신경쓰지 말그래이∼” 조광래 감독 격려에 화답

“(손)흥민아 전혀 신경 쓰지 말그래이∼.”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15일 손흥민(19·함부르크)에게 격려 전화를 했다. 아랍에미리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끝난 다음 날인 12일 아버지 손웅정 씨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한 발언으로 빚어진 논란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주문했다.

당시 손 씨는 “흥민이는 아직 몸 상태나 실력이 대표팀에서 즉시 전력감이 아니다. 소속 팀에서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당분간 대표팀에서 흥민이를 뽑지 않았으면 좋겠다. 15분 뛰려고 먼 거리를 오가는 것도 무리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긍정적인 반응보다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조 감독은 손흥민에게 “아버지가 자식을 걱정하는 심정으로 그랬을 거라고 충분히 이해한다. 괜한 걱정하지 마라”라고 했다.

조 감독의 전화에 힘을 받은 것일까. 손흥민은 16일 밤에 끝난 프라이부르크와의 독일 분데스리가 방문경기에서 전반 12분 헤딩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코너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팀 동료 제프리 브루마가 헤딩슛 했는데 프라이부르크 골키퍼 올리버 바우만이 쳐내자 골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흥민이 재치 있게 머리로 받아 넣었다. 이번 시즌 7경기에서 터뜨린 세 번째 골이었다.

손흥민은 조 감독이 올 초 동아일보 창간 91주년 때 ‘10년 뒤 한국 축구를 빛낼 유망주’로 꼽은 선수다. 조 감독은 “처음 봤을 때 ‘이놈 물건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지난해 말 서귀포 전지훈련 때 손흥민을 대표로 뽑았다가 다소 우쭐대며 오버하는 것 같아 보이자 얼마간 선발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당근과 채찍’으로 조련을 하고 있다.

조 감독은 “흥민이가 괜히 마음이 흔들려 경기를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골을 넣어 다행이다. 11월 월드컵 예선 때 유럽의 형들하고 함께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감사합니다 감독님’ 하며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조 감독이 손흥민을 그라운드에서 춤추게 한 셈이다.

함부르크는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프라이부르크를 2-1로 꺾고 시즌 두 번째 승리(1무 6패)를 거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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