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하인스 워드 꿈꾸는 최승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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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www.huskers.com 홈페이지.
최승훈. www.huskers.com 홈페이지.
15세에 미국 네브래스카로 조기유학을 떠났을 때 그가 할 줄 아는 영어는 Yes와 No밖에 없었다. 부모님도 곁에 없었고 친구도 없었다. 한국에서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그에게는 반바지 차림으로 학교를 오가는 미국 학생들의 모습조차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향수병이 심해졌다. 부모와 통화를 할 때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졸랐다.

그런 그를 구원해준 것은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인 미식축구였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링컨 크리스턴 고교의 한 여선생이 큰 키에 몸무게 100kg이 훌쩍 넘는 거구인 그에게 미식축구를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본 게 시작이었다. 선생의 남편은 그 학교 미식축구 감독이었다. 그렇게 그는 자연스럽게 미식축구와 친해졌다.

덩치만 컸던 그 고교생은 어느덧 미식축구 명문 네브래스카대의 주전 선수로 성장했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최초의 한국인 선수를 꿈꾸는 그의 이름은 최승훈(22)이다.

키 188cm, 몸무게 132kg의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는 최승훈은 2학년이던 지난해 웨스턴 켄터키와의 미국대학스포츠(NCAA) 미식축구 개막전에 교체 선수로 출장했다. NCAA 공식경기에 한국인이 출전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포지션은 상대 수비수들로부터 쿼터백을 보호하는 라인맨이다. 5명의 라인맨 중 그는 왼쪽 가드로 나섰다. 기량이 더 발전한 올해는 주전자리를 꿰찰 기회를 잡았다. 11일 프레스노주립대와의 경기에 교체 출전해 팀의 42-29 승리에 기여하더니 18일 워싱턴대와의 경기에서는 주전 왼쪽 가드 앤르두 로드리게스의 부상을 틈 타 선발로 출전해 팀의 51-38 승리를 이끌었다. 현지 언론과 팀 동료들로부터 최승훈이 가세한 공격라인이 안정감을 찾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AP통신은 21일 제2의 하인스 워드를 꿈꾸는 최승훈의 스토리를 비중 있게 전하기도 했다.

최승훈의 별명은 '거북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승훈이 NCAA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뒤 토종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NFL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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