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해트트릭 ‘아스널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왼쪽 공격수 나서 한일전 부진 말끔히 털어…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 6-0 대파 상큼한 출발

“이래도 내가 후보야?”라고 외치는 듯했다. 세계적 명문팀에서의 주전 경쟁을 향한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포병대’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로 이적한 박주영이 보란 듯이 골 폭죽을 터뜨렸다. 박주영은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경기 레바논전에서 전반 8분과 46분 및 후반 22분 잇달아 상대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박주영의 해트트릭과 함께 지동원(선덜랜드)이 후반 21분과 40분 2골을 보태고, 후반 37분 김정우(상주)의 골로 레바논을 6-0으로 대파하며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3차 예선 대장정의 첫걸음을 상쾌하게 내디뎠다.

박주영은 전반 8분 수비수 홍철(성남)이 전방까지 파고들어 날린 크로스를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첫 골을 넣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기성용(셀틱)의 코너킥을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두 번째 골을 넣었다. 후반 중반에는 상대 골문 앞에서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박주영은 지난달 한일전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했으나 부진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박주영이 이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마음고생 한 것을 경기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았다. 조 감독은 누구보다 박주영의 거취가 마무리되기를 원했다.

잡음도 많았다. 전 소속팀이던 프랑스리그 모나코에서 릴로 이적하려다 계약 직전 잉글랜드로 방향을 틀었다. 릴 구단주와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신의를 저버렸다며 비난을 받았다.

아스널과 사인한 이후 영국 언론들도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아스널의 원톱 공격수로는 로빈 판페르시(네덜란드)가 꼽힌다. 좌우 측면 공격수로는 시오 월컷(영국) 제르비뉴(코트디부아르)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주영은 이들을 대체할 후보 요원이라는 평도 많았다. 그러나 박주영은 이날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으로 앞으로의 대활약을 예고했다.

이날 박주영은 기존의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최전방에 있을 때보다 움직임이 활발했다.

사실 박주영은 최전방 공격수로는 부적합하다는 평도 들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 대상인 원톱 공격수로 나서기에는 체격과 몸싸움 능력이 다소 처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주영은 기존 대표팀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적도 많았다. 이날 결과는 박주영의 포지션 활용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선 홍철과 오른쪽 측면 수비수 차두리(셀틱)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활로를 뚫었다. 이른바 ‘홍차 조합’은 그동안 공격적 수비라인 구성에 애를 먹었던 조광래 감독의 시름을 덜어줄 듯하다. 한국 대표팀은 7일 쿠웨이트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이날 곧바로 출국했다. 일본은 이날 북한을 1-0으로 이겼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