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볼트, 옆선수 보며… 전광판 보며… ‘느긋한 리허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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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실격의 충격 털고 화려한 쇼맨십 되찾아

200m 결선 안착… 오늘밤 9시20분 번개쇼 예고

남자 100m 결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됐던 우사인 볼트(왼쪽)가 2일 200m 준결선에서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앞서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남자 100m 결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됐던 우사인 볼트(왼쪽)가 2일 200m 준결선에서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앞서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일 대구스타디움에 나타났다. 관중의 함성만으로도 그의 등장을 알 수 있었다. 남자 200m 준결선 2조에 속한 그가 트랙에 나타나자 관중석은 술렁거렸다. 자신을 향한 함성인 것을 확인한 그는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박수를 유도했다. 관중은 더 큰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볼트는 실격으로 인한 충격은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한층 더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남자 100m 결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한 뒤 다음 날 오후까지 두문불출했다. 그러나 29일 오후 훈련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환한 웃음을 되찾고 훈련에 집중해 왔다.

볼트는 2일 오전에 열린 예선에서도 화려한 쇼맨십을 보이며 건재를 알렸다. 0.314초로 함께 뛴 7명의 선수 중 가장 늦은 출발 반응 속도를 보였다. 하지만 두 번이나 고개를 돌려 옆 선수를 보고 결승선을 20m 남기고 속도까지 줄이면서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준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춤 동작을 보여주다 양쪽 검지를 상하로 움직이며 총을 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준결선에서 전체 21명의 선수 중 두 번째로 느린 출발 반응 속도(0.207초)를 기록했지만 중반부터 아예 속도를 늦추는 여유를 부리고도 20초31로 조 1위를 기록했다. 그는 ‘백인 볼트’로 불리는 크리스토프 르메트르(프랑스·20초17)에 이어 전체 2위로 결선(3일 오후 9시 20분)에 진출했다.

볼트는 “내일 중요한 것은 금메달이다. (100m에서) 실격을 당해서 실망을 많이 했지만 그것 외에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관중이 자신을 향해 함성을 지르자 번개 세리머니 등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볼트 쇼’의 하이라이트는 방송 공동 취재구역에서 모든 인터뷰가 끝난 뒤 벌어졌다. 볼트는 자신을 향해 열광하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한두 걸음 뒤로 갔다. 그리고 관중석을 향해 들고 있던 신발을 차례로 던졌다. 이날 대구스타디움 관중석은 볼트의 즐거운 쇼맨십에 한동안 들썩였다. 볼트가 경기장 밖으로 사라진 뒤에야 관중은 다른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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