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육상 DNA… 이 가족들 피는 못속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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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육상 명문가

대를 이어 육상을 한 ‘황색 헤라클레스’ 무로후시 고지(37·일본)가 지난달 29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전 가족이 육상선수인 고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세계의 유명 육상 가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지는 역시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인 무로후시 시게노부(66)와 루마니아 창던지기 국가대표였던 세라피나 모리츠(61) 사이에서 태어났다. 시게노부는 1970년부터 아시아경기 5연패를 달성했고 23년간 일본 기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기록은 아들에 의해 깨졌다. 어머니 모리츠는 1968년 유럽주니어선수권 창던지기에서 우승했으며 여동생 유카(34)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자 해머던지기 선수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고지처럼 운동선수 집안 출신인 경우는 꽤 많다.

여자 7종 경기에서 우승하며 러시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타티야나 체르노바(23). 그의 아버지 세르게이는 10종 경기 선수였고 어머니 류드밀라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여자 16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현재 아버지가 그의 코치다. 타티야나는 “혼자 놀기 지겨워 부모님을 따라 체육관에 가기 시작한 것이 운동선수의 길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9위에 오른 질케 슈피겔부르크(25·독일)는 오빠 3명이 모두 선수인 ‘장대 집안’의 막내. 아버지 안스가르는 생물학과 체육을 가르치는 교사였으나 세 아들이 운동에 흥미를 보이자 자신이 장대높이뛰기를 공부해 직접 가르쳐 모두 선수로 키웠다.

그런 오빠들을 보며 선수의 꿈을 키운 질케도 선수로 성장해 200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당시 독일 최연소 대표로 참가했고 2005년 19세의 나이로 4.48m를 뛰어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19세 때 세운 4.47m를 경신했다. 질케의 오빠 중 가장 성적이 나았던 것은 셋째 오빠 리하르트(34)로 2001년 에드먼턴 세계선수권 6위에 올랐다.

여자 5000m에 출전 중인 에티오피아의 겐제베 디바바(20)의 경우 언니 티루네시(26)가 이 종목 세계기록(14분11초15)과 세계선수권 대회기록(14분38초59) 보유자.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5000m 1라운드에서 15분33초06을 기록해 전체 8위로 결선에 오른 겐제베는 2일 결선에서 언니 몫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여자 포환던지기에 출전해 18.76m로 12위에 오른 미셸 카터(26)의 아버지 마이클 카터(51·미국)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포환던지기 은메달리스트다.

스타의 자식이라고 반드시 잘하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고지와 함께 남자 해머던지기에 출전한 세르게이 리트비노프(25·러시아)는 1983, 1987년 세계선수권과 1988년 서울 올림픽 해머던지기 정상에 오른 동명의 아버지(53)를 뒀지만 자신은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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