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케냐 대표팀, 초반 善戰에 ‘소맥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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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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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장소없어 편의점 회식… 주한대사 “한국 폭탄주 굿”선수촌 최고 인기 ‘자전거’… 개막 닷새만에 절반 분실

지난달 29일 밤 대구 동구 율하동 선수촌 주변 편의점에서 ‘소맥 파티’가 벌어졌다. 대
회 초반 선전하고 있는 케냐 선수단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이 자축 파티를 연 것이다.
이 자리에 합석한 은고비 키타우 주한 케냐 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남은 종목까지
휩쓸어 금메달을 8개까지 따야 한다”고 큰소리쳤다. 대구=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지난달 29일 밤 대구 동구 율하동 선수촌 주변 편의점에서 ‘소맥 파티’가 벌어졌다. 대 회 초반 선전하고 있는 케냐 선수단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이 자축 파티를 연 것이다. 이 자리에 합석한 은고비 키타우 주한 케냐 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남은 종목까지 휩쓸어 금메달을 8개까지 따야 한다”고 큰소리쳤다. 대구=고현국 기자 mck@donga.com
“하쿠나 마타타(다 잘될 거야).”

아프리카 케냐의 대중가요 ‘잠보 송’을 부르는 목소리가 거리 한쪽에서 들려왔다. 흥에 취한 그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30분가량 노래를 불렀다. 아프리카 어느 도시의 밤 풍경이 아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앞 편의점에 마련된 케냐 대표팀의 파티 현장이다.

케냐 대표팀이 지난달 29일 밤 선수촌 앞 편의점에서 깜짝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어 만든 폭탄주) 파티를 열었다. 대회 초반 케냐의 선전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팀 관계자들이 만든 자리였다. 격려차 선수촌을 방문한 은고비 키타우 주한 케냐 대사(60)와 코치진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와 기자까지 동참하면서 흥은 두 배가 됐다.

키타우 대사는 “장거리 왕국 케냐가 라이벌 에티오피아를 완전히 눌러 정말 행복하다”며 “남은 장거리 종목까지 휩쓸어 금메달을 8개까지 따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회식’은 선수촌 주변에 변변한 장소가 없어 마련된 궁여지책이었다. 대회 중이라 대구시내까지 나가는 무리를 하지 않기 위해 편의점이 회식 장소로 결정됐다. 술은 아프리카인에게는 생소한 ‘소맥 폭탄주’가 등장했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 스타일로 마셔야 한다”는 케냐 육상 기자의 주도로 이뤄졌다.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러브샷을 가르쳐주자 키타우 대사는 “한국식 폭탄주와 러브샷이 모두 마음에 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케냐는 에티오피아와 육상 장거리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단거리의 ‘미국 vs 자메이카’ 라이벌 못지않게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케냐(금 6개)가 에티오피아(금 4개)를 근소하게 이겼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는 케냐가 4개, 에티오피아가 2개였다.

대구 대회에서도 케냐는 31일까지 금 3개, 은 2개, 동메달 3개(종합 3위)로 에티오피아(금 1, 동 1)를 앞서 있다. 케냐는 남자 1만 m에서 에티오피아에 금메달을 빼앗겼지만 여자 1만 m, 여자 마라톤, 남자 800m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따냈다. 간판스타 케네니사 베켈레가 부상으로 1만 m를 중도 포기하고 귀국길에 올라 울상인 에티오피아와는 극명히 대조되는 성적표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선수촌 최고 히트 상품’이라고 했던 자전거가 대회 개막 닷새 만에 절반가량이 분실됐다. 선수들이 자전거를 타고 대구시내에 나갔다가 자전거를 두고 오거나 해서 분실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선수들의 유용한 야반도주(?)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조직위는 프랑스 파리의 공공 자전거 시스템인 ‘벨리브’에서 착안해 선수촌에 무료 자전거 200대를 공급했다. 자전거는 대구 YMCA 희망자전거 제작소가 버려진 자전거를 싸게 사들여 재조립한 것이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대당 약 5만5000원이 들어갔다. 선수촌 자전거 관리를 담당하는 장관동 씨는 “지금 선수촌에는 100대도 남아 있지 않다. 대회 기간이라 자전거를 찾아 나서기도 힘든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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