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경문 뚝심야구…무소의 뿔처럼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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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22시 58분


두산의 전신 OB에 1982년 창단멤버로 입단한 김경문(오른쪽)은 조범현(현 KIA 감독)과 번갈아 마스크를 쓰며 원년 우승을 이끌었다. OB가 프로야구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 박철순(왼쪽)과 호흡을 맞춘 포수가 바로 그였다. 스포츠동아DB
두산의 전신 OB에 1982년 창단멤버로 입단한 김경문(오른쪽)은 조범현(현 KIA 감독)과 번갈아 마스크를 쓰며 원년 우승을 이끌었다. OB가 프로야구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 박철순(왼쪽)과 호흡을 맞춘 포수가 바로 그였다. 스포츠동아DB
대학대표 시절 허리 다쳐 수비형 포수로
美 연수후 94년 삼성코치로 지도자 첫발
뚝심있는 야구·부드러운 카리스마 호평
2004년 두산 맡아 7년간 6차례 PS 진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국민감독’ 반열에


신생팀 NC 다이노스 사령탑으로 낙점된 김경문(53)은 무소의 뿔처럼 우직한 야구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성장했다. 태어난 곳은 인천. 1958년 8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업 관계로 대구로 이사간 뒤 11세에 야구명문 옥산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포지션은 내야수였다. 그러나 주전 포수의 부상으로 갑자기 마스크를 쓴 것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대구 경상중에 입학했지만 부친이 사업을 위해 부산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도 부산의 동성중으로 전학했고, 부산고 1학년 때 다시 공주고로 스카우트됐다.

어린 시절부터 포수로서는 작은 체격이었지만 정교한 타격을 자랑했다. 공주고 3학년 때인 1977년 제11회 대통령배에서 타격상(타율 0.467)과 최다안타상을 거머쥐며 공주고 야구부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끌었다.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한·일고교 친선대회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교시절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는 아찔한 경험도 했다. 그해 5월 청룡기 충남지역 예선에서 지역 라이벌 대전고의 한 선수가 고의로 배트를 크게 휘둘러 포수로 앉아 있던 그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

당시엔 포수가 마스크만 썼을 뿐, 지금처럼 헬멧을 착용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김경문은 그 자리에서 뇌진탕으로 쓰러져 5일간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 사고 이후 포수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고려대에 진학한 그는 1980년 한·미대학친선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러나 허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면서 디스크 수술을 해야했다. 허리를 이용하는 스윙을 하지 못하면서 수비형 포수로 자리를 잡았다.

1982년 OB 창단멤버로 입단한 그는 조범현(현 KIA 감독)과 번갈아 마스크를 쓰며 원년 우승을 이끌었다.

1989년까지 OB 안방을 지키다 1990년 현금(2600만원) 트레이드로 김성근 감독이 있는 태평양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한 시즌만 뛴 뒤 1990년 12월에 송재박과의 트레이드로 다시 OB 유니폼을 입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1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성적은 700경기 출장에 타율 0.200, 6홈런, 126타점.

은퇴 후 미국에서 연수를 하던 그는 1994년부터 3년간 삼성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97년부터 친정팀 OB(현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갔다.

2003년 말 김인식 감독이 사퇴하면서 2004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그는 첫해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올려놓았고, 지난해까지 7년간 6차례나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서 명장으로 평가받았다. 비록 준우승만 3차례 차지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지는 못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사령탑으로 한국 남자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국민감독’ 반열에 올랐다.

올 시즌 초반 선두권에서 달리다 5월부터 팀이 추락하면서 그는 6월 13일 자진사퇴를 발표해 야구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감독통산 960경기를 지휘해 512승432패16무로 승률 0.542(무승부는 승률계산에서 제외)를 기록하고 있다.

남자답고 강한 성격의 소유자. 뚝심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승부사. 그러나 가끔씩 홀로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 들러 음악을 듣고, 독서를 즐기는 낭만과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 “잡초”라고 표현하는 김경문. 그는 두산 감독에서 물러난 뒤 올림픽 공원 인근에 커피숍을 차려 1일 개업식을 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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