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들의 투혼, 형들 보다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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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2일 07시 00분


우승후보 스페인과 승부차기 대혈투
거미줄 수비·매서운 역습 대등한 경기
8강신화 좌절 불구 아낌없는 박수갈채

승부에서는 오직 승자만이 모든 영광을 누릴 뿐이다. 패한 선수들에게는 아픔만이 존재한다. U-20 대표팀 선수들은 11일(한국시간) 열린 FIFA U-20 월드컵 16강 스페인과의 경기 패해 8강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투혼은 박수갈채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연장까지 120분 경기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7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등 유명 클럽 산하 소속 선수들로 구성된 스페인 대표팀을 맞아 대등한 싸움을 펼쳤다. 볼 점유율은 약 4대6정도로 밀렸지만 탄탄한 수비조직력으로 상대를 봉쇄하고, 역습을 통해 득점찬스를 만들어내며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A대표를 무색케 만든 U-20 대표

U-20 대표팀은 라이벌 일본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성인대표팀과 팀 상황이 비슷했다. 소속팀 사정과 부상자 발생 등으로 최상의 전력을 꾸리진 못한 조광래호처럼 이광종호도 U-20 월드컵에 정상 전력으로 나서지 못했다.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함부르크), 남태희(발랑시엔), 석현준(흐로닝언) 등이 소속팀 차출 반대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회를 치르며 수비의 핵 황도연(전남)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원톱 이용재(낭트) 또한 말리전에서 부상을 입은 탓에 이후 베스트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는 형들보다 아우가 확실히 좋았다. U-20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 스페인을 맞아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1골도 내주지 않았다.

“한국 수비는 마치 거미줄처럼 잘 짜여 있었다”라고 평가한 스페인 언론들의 보도처럼 한국 선수들은 11명이 하나가 돼 개인기와 패스능력이 출중한 스페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연장전에는 체력적이 떨어져 다리에 근육경련이 일어나는 선수들이 수시로 나왔지만 다시 일어나 뛰면서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이어나가는 모습은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합심해 이루어낸 경기력

이광종 감독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몇몇 주축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조직력을 잘 다져서 1차 목표인 16강 진출을 이루어내겠다”고 출사표를 던지고 콜롬비아로 향했다. 이 감독은 부족한 개인기량을 팀워크로 보완하며 승부를 걸었다.

팀워크가 빛난 경기는 조별리그 3차전 콜롬비아전과 16강 스페인전이었다. 이 감독은 콜롬비아전에서 수비위주로 경기했다. 큰 점수차로 지지 않으면 16강 진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무리한 공격보다는 11명을 수비진영으로 내려서게 하고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술을 펼쳤다. 경기내내 상대의 공격에 고전하긴 했지만 결국 1골만 내주고 목표였던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스페인전에서는 ‘선 수비 후 역습’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인기가 좋은 스페인을 상대로 맞불을 놓는 것보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르게 역습을 펼쳐 골을 노렸다. 이 작전은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탄탄한 수비로 스페인의 막강한 공격력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전남 김영욱의 강력한 중거리 슛 등 역습 상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스페인을 흔들어놓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을 준비한 감독, 이를 잘 이행하는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일치된 호흡이 빛났다. 한국 U-20 대표팀은 한국축구의 희망을 이어나갔다.

최용석 기자 (트위터@gtyong11)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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