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연패 심수창 드디어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롯데전서 786일 만에 승리 기쁨 맛봐

“1승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넥센 심수창은 2009년 6월 14일 잠실 SK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6승(5패)째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넘었던 그가 남은 시즌 동안 승리 없이 7패만 보탤 줄은. 그리고 이후에도 11번 패하는 동안 1승도 못 거둘 줄은.

심수창이 프로야구 최다인 18연패에서 벗어나 승리투수가 됐다. 39경기, 786일 만의 승리다.

심수창은 지난달 31일 트레이드 마감 3시간을 앞두고 10년 넘게 몸담았던 LG로부터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다. 연패를 끊지 못하고 새 식구가 된 그를 넥센은 환영했다. 3일 삼성과의 경기에 이적 후 처음 등판해 6이닝 3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패하자 김시진 감독은 “저런 투수가 그동안 왜 연패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몰랐던 장점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계속 선발로 기용하겠다”며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의 약속대로 심수창은 5경기 만에 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9일 사직 롯데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챙겼다.

꼭 연패를 끊어주겠다며 심수창을 격려했던 동료 타자들은 1회 볼넷 2개와 안타 2개를 묶어 3점을 뽑아내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심수창은 3-0으로 앞선 1회 김주찬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2회부터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7회 1사에서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자 김 감독은 심수창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3-1의 리드가 불안할 법도 했지만 심수창은 편한 얼굴로 더그아웃에 돌아왔다. 바뀐 투수 오재영은 대타 손용석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9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잇달아 아웃시켜 승리를 지켰다. 심수창은 “지긋지긋한 연패에서 탈출해 너무 기쁘다. 같이 트레이드된 박병호와 한방을 쓰며 잘해 보자고 다짐했다”며 잠시 눈물을 보였다. 대구 경기(삼성-한화)는 비로 취소됐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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