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플레이를 보여주자” 후회없는 한판 의기투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9일 07시 00분


■ 스페인과 16강전 앞둔 U-20 전사들의 각오

한국이 11일 오전 7시(한국시간) 벌어지는 우승후보 스페인과 2011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16강전을 앞두고 마음을 비웠다. 져도 좋다는 안이한 생각이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제로(0)’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 무력감에 분위기 바닥

한국은 A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콜롬비아에 0-1로 패한 뒤 그로기 상태다. ‘90분 내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당했다’는 좌절이 밀려 왔다.

대표적인 게 백성동(20·연세대)이다. 백성동은 한국선수 가운데 개인기가 가장 출중하다. 그런 그가 상대 선수 1명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했다. 2∼3차례 시도에서 계속 실패하자 본인은 물론 다른 선수들도 무력감에 빠졌다. 한국 이광종 감독도 “우리가 준비한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콜롬비아 전이 끝난 뒤 대표팀 분위기는 무겁다 못해 침울했다. 2년 전 이집트 대회에 이어 연속 16강 문턱을 밟은 것에 대한 기쁨은 없었다.

● 후회 없는 한 판 승부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대표팀은 현지시간으로 7일 아침 일찍 조별리그 경기가 펼쳐진 보고타에서 16강전이 벌어지는 마니살레스로 이동했다. 사실 보고타에서 마니살레스로 가는 비행 직항 편은 7일 오후에 있다. 오전에 출발하면 보고타에서 페레이라로 간 뒤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한시라도 빨리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했다.

선수들 간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서로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수시로 “잘 해보자”며 어깨를 두드렸다.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기 위한 일종의 마인드컨트롤이었다.

효과가 있었다. 분위기가 바닥을 친 만큼 올라오는 회복 속도도 빨랐다. 서서히 웃음이 찾아 들고 여유가 생겼다. 한국은 마니살레스에서 승부차기 연습을 포함해 7일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그 동안 주축선수들의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아직까지는 감기 등 경미한 부상 환자도 없다. 골키퍼 노동건은 “16강에서는 그 동안 보여주지 못한 우리의 플레이를 펼쳐 후회 없는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 @Bergkamp08)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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