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친구 유상철감독 맞는 대전 GK 최은성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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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7시 00분


500경기 생각 굴뚝 같지만
친구 부담 덜어줘야 하는데…


대전 지휘봉을 잡은 유상철(40)감독과 베테랑 골키퍼 최은성(사진)은 동갑내기 친구다. 둘은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쓰는 동안 역경을 이겨내며 친해졌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유 감독이 대전에 오면서 묘한 기류가 흐른다. 최은성 본인은 “감독과 선수 역할(정확하게 플레잉코치)은 분명 다르다”고 하지만 그 속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다.

무엇보다 진로 걱정이 크다.

K리그 통산 500경기 출장을 대전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새기고 은퇴를 선언할 생각이 굴뚝같아도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대로 이별의 시간이 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현재 통산 453경기를 뛰어 2년 내 기록 달성이 가능하나 2013시즌 2부 리그 강등이란 최악의 변수, 감독이 된 친구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리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 최은성의 계약 기간은 올해 연말까지다.

“아직 은퇴 후의 삶은 그려보지 못했다. 브라질, 영국 등 해외 연수도 생각하지만 뚜렷한 계획은 마련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든 건 자존심 회복이 이뤄진 뒤에야 내린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 주말 경남에 1-7로 패한 뒤 최은성은 라커룸에서 후배들에게 “얘들아, 형 좀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무릎을 꿇을 용의도 있었다. 최고참으로서 온갖 풍파와 시련에 흔들리는 팀을 제대로 다잡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자책에서였다.

“내가 제대로 후배들을 독려했다면, 제대로 지시했다면 몇 실점은 줄일 수 있었다. 계속 좋지 않은 일이 터지는데, 다 내가 못했던 탓이다. 우리 팀, 후배들은 잘못이 없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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