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오를 때가 더 쉬웠어요”
음식 소화못해 물만 먹고… 3000m급 로키산맥 넘고…그래도 8일간 계속 달렸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보다 힘들었습니다.” 힘들기로 악명 높은 미국 횡단 자전거 레이스(RAAM)에 한국인 최초로 출전했던 이형모(32·rpm스포츠), 김기중 씨(38)가 1위로 레이스를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18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오션사이드를 출발해 동부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까지 4810km를 달렸던 이번 대회 단체 2인 부문에 참가한 두 사람은 8일 1시간 12분의 기록으로 26일 골인했다.
올해에는 개인 47명과 단체 2인 9팀, 4인 31팀, 8인 12팀이 참가했다. 단체 2인은 50세 미만과 50세 이상 부문으로 나뉘어 치러졌다. 두 사람은 50세 미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명이 번갈아가며 3∼4시간씩 레이스를 펼쳤다. 뒤따르는 차에서 교대로 잠시 눈을 붙이고 식사를 했다. 2위는 8일 8시간 18분을 차지한 독일 팀. 경기 초반 선두 경쟁이 치열했다. 첫날부터 체력 소모가 너무 커 도저히 완주할 수 없을 듯했다. 50세 미만에 출전한 팀은 한국 독일을 비롯해 브라질 미국 등 4개 팀. 총 55개로 나뉜 구간에서 처음 5개 구간을 시속 약 33km로 달리며 4팀이 각축을 벌였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다른 팀 선수들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한국 팀이 격차를 벌렸다.
김 씨는 “첫날 워낙 체력을 소모한 데다 잠도 제대로 못 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둘째 날은 먹기만 하면 토해 물만 마시며 달렸다”고 말했다. 3일째 만난 로키산맥에서는 3000m급 봉우리를 여러 개 넘어야 했다. 4일째에는 김 씨가 지나던 자동차와 부딪쳐 무릎을 다쳤다. 이후에는 이 씨가 김 씨가 회복될 때까지 9시간 넘게 홀로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이 씨도 탈진해서 도로 위에 눕자 응급차량이 비상사태로 착각해서 차로 옮길 뻔했다. 이후 김 씨가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무사히 레이스를 마쳤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와 베링 해협 등 극지탐험에 나섰던 이 씨는 2006년 5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그때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다는 이 씨는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달리는 데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회 참가 직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뼈를 다친 상태에서도 완주했다.
관절염 치료를 위해 자전거를 시작한 김 씨는 철인 3종 경기 등에서 잔뼈가 굵었다. 김 씨는 “한국인으로 처음 출전해 주목을 받았다. 가슴 터지는 행복을 맛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의 레이스 소식을 듣고 지인들이 성금을 모았다. 두 사람은 이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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