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국가대표 은퇴한 이경화… 인생 2막은 ‘뮤지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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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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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은 ‘뮤지컬 국가대표

자신감 있는 포즈로 뮤지컬 배우로서 매력을 뽐내고 있는 이경화.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자신감 있는 포즈로 뮤지컬 배우로서 매력을 뽐내고 있는 이경화.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리듬체조 선수에게 생명인 유연성이 부족했다. 천재로 불리는 동료들을 보며 자신의 뻣뻣한 몸을 저주한 적도 많았다. 갑절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기에 훈련은 고됐다. ‘울보’로 불릴 만큼 눈물도 많았다. 하지만 유일한 특기인 ‘성실성’을 무기로 꾸준히 달렸다. 1등은 아니었지만 국가대표의 영광도 안았다. 체조 관계자들은 그를 두고 ‘천재’는 아니지만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교범 같은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뮤지컬 배우로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는 리듬체조 맏언니 이경화(23) 얘기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경화는 티 없이 맑아 보였다. 스포트라이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아쉽게 선수 생활을 마감했지만 얼굴에서 그늘을 읽어내기 힘들었다. 이경화는 “제 뻣뻣한 몸 가지고 이 정도 했는데 후회는 없어요. 지금의 (신)수지나 (손)연재처럼 인기가 있었다면 열심히 안 했을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이경화는 초등학교 2학년 때 TV에서 우연히 본 리듬체조에 반해 운동을 시작했다. ‘집-학교-체육관’을 쳇바퀴처럼 돌며 중고등학교까지 줄곧 국내 1, 2등을 다퉜다.

이경화는 후배들과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단체전 4위에 오른 뒤 은퇴를 선언했다. 국내 선수들이 대학 2학년을 전후로 은퇴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경화다운 성실한 마무리였다. 이경화를 가르쳤던 광장중 송희 코치는 “1990년대 이후 경화처럼 대학 졸업 때까지 뛴 선수가 거의 없다. 인동초 같은 선수였다.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라고 칭찬했다.

평생 리듬체조만 알고 살았기에 은퇴 후 상실감은 생각보다 컸다. 제2의 리듬체조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국내 심판 자격증을 땄고 대학원 입학도 준비하며 열심히 지냈지만 왠지 모르게 우울했다.

그랬던 지난해 12월 뮤지컬 ‘비밥’을 만든 페르소나에서 뮤지컬 배우 제의가 들어왔다. 이경화는 “리듬체조는 선수 생명도 짧고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는데 막막했어요. 그때 뮤지컬 배우 제의가 왔는데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지요”라고 말했다.

최근 이경화는 8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서 공연되는 넌버벌 뮤지컬에 출연하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 역처럼 체중을 감량하고 변신을 감행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경화는 “표현법은 다르지만 감정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리듬체조와 뮤지컬엔 비슷한 점이 많다”며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인데 다음엔 보컬 트레이닝까지 받아서 좀 더 큰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경화는?::

△생년월일=1988년 6월 3일 △체격=162cm, 몸무게 비밀 △학력=세종초-오륜중-세종고-세종대 체육학과 졸업 △주요 경력=2002년 회장배 중학부 개인종합 1위, 2003년 전국소년체전 중학부 개인종합 1위, 2003년 KBS배 중학부 개인종합 1위, 2006년 아시아선수권 곤봉 3위,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단체 8위, 2007∼2008년 전국체전 개인 종합 1위,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단체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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