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레이저 ‘354전 355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페덱스 세인트주드’ 연장서
PGA 출전 13년만에 첫 승

354번 두드려도 꿈쩍 않던 승리의 문이 마침내 열렸다. 해리슨 프레이저(40·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355번째 출전 만에 첫 승을 올렸다.

13일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의 사우스윈드TPC(파70)에서 열린 페덱스 세인트주드클래식. 프레이저는 4라운드에서 1타 차 선두였던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며 보기를 해 합계 13언더파로 로베르트 칼손(스웨덴)과 동타가 된 뒤 3차 연장전 끝에 이겼다.

프레이저는 주니어 시절 촉망받는 골퍼였다. 텍사스대에서는 저스틴 레너드와 함께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졸업 후 부동산 컨설팅 회사의 애널리스트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다 대학 선배 프로골퍼 마크 브룩스의 권유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2부 투어를 거쳐 1998년 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13년 동안 통산 930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으나 4차례 준우승, 6차례의 3위 성적만 냈을 뿐 정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9개 대회에 출전해 6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2001년 엉덩이 부상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손목, 허리 등에 4차례 수술을 받으며 병마에 시달렸다.

세 아들을 둔 그는 올해 3월 미국의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롤러코스터 같은 13년 투어 프로 세월을 부상으로 마감해야 될지 모른다’는 글을 게재해 은퇴를 암시했다. 재활로 쉬고 있던 몇 주 전 그는 둘째아들 포드(8)가 뛰던 리틀야구팀을 가르치며 소일했다.

아들의 격려에 힘을 얻은 프레이저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강박감을 떨쳐내며 고비마다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황홀한 첫 경험을 했다. 프레이저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 2009년과 2010년을 합해 94만 달러의 상금을 번 프레이저는 우승 상금으로 단번에 100만8000달러를 챙겼다. 포기할 뻔했던 그의 골프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내년에 그토록 뛰고 싶어 했던 마스터스에 처음 나가게 됐으며 2013년까지 PGA투어 출전권도 확보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