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선수’ 육성을 표방한 고교야구 주말리그의 첫해가 반환점을 돌았다. 의무적으로 정규 수업을 받고 있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수업시간은 어떤 풍경일까. 어떤 과목 시간을 가장 알차게 보내고 있을까.
본보가 제65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상반기 왕중왕전 16강 진출 팀 학생 425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선수들은 체육(275명·64.7%)과 수학(237명·55.8%)을 각각 베스트와 워스트 과목으로 꼽았다.
○ 미래를 위한 영어는 OK
체육이 최고 인기 과목으로 선정된 것은 예상된 결과다. 하지만 두 번째 인기 과목으로 영어(57명)가 뽑힌 것은 흥미롭다. 특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특급 선수들의 영어 사랑 비율이 높았다. 미국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신일고 하주석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꿈이라 영어 단어장을 꾸준히 봐왔다. 그나마 영어 수업이 가장 알아듣기 쉬운 편이다”라고 말했다. 6명은 일본어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고 답해 외국어에 대한 고교야구 선수들의 관심을 보여줬다.
○ 고난의 수학 시간
반면 선수들은 수학 시간을 가장 괴로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수학을 그만둔 선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주말리그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금사자기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한 충암고 에이스 변진수는 “시와 소설을 접할 수 있는 국어 독서 수업이 가장 재밌다. 하지만 수학 시간엔 멀뚱멀뚱 앉아 있거나 졸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 맞춤형 수업 시급
‘수업권 보장’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영어, 수학, 과학 등 기초를 요하는 과목들의 경우 운동부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춘 반 편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황금사자기 우승팀 충암고의 이영복 감독은 “운동선수들은 중학교 이후 국영수에서 손을 떼기 마련이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면 운동부 학생만 따로 모아서 특별반을 만드는 세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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