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승부조작 긴급진단] “이미지 더럽혀질라”…구단, 알면서도 쉬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6월 2일 07시 00분


승부조작 키운 ‘K리그 수수방관’

승부조작 파문이 이처럼 확산된 데는 프로연맹과 K리그 구단들의 안이한 대응도 한 몫 했다. 특히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구단들이 관련 사실을 알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화를 키웠다. 축구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승부조작과 관련된 소문이 돌았다. 특히 작년 여름부터 파다했다. 연맹과 구단이 모를 리 없었다.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연맹과 스포츠토토는 소문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작년 말과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16개 전 구단을 돌며 순회교육을 했다. 불법 베팅의 실태와 현실을 알리고,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이나 불법 베팅에 가담할 경우 벌금 5000만 원과 영구제명 등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몇몇 구단은 실제 가담자들을 색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은 없지만 개별 면담이나 동료들의 증언을 통해 알아냈다.

그러나 연맹에 신고해 영구 제명하는 등 강력한 처벌 대신 물밑에서 진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한 시민구단은 골키퍼 A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일자 올 시즌 초반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가 다시 경기에 내보냈다.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 감독과 구단 수뇌부의 책임이 크다.

B,C구단은 의심 선수들과 계약을 해지 했다. 이 중 한 명은 내셔널리그에서 뛰고 있고 다른 선수는 새 팀을 찾지 못해 동남아시아로 넘어갔다. 그러나 B,C 구단 모두 쉬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흐려진 물이 미꾸라지 몇 마리 내보냈다고 깨끗해질리 없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게 독이 돼 돌아왔다. 전직 K리거가 자살하고 국가대표 출신이 검찰에 구속되는 등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구단들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강력한 대책과 처벌을 약속했다.

축구 관계자는 “여러 정황증거로 승부조작이 확인된 선수들을 기량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벌금이나 출전 정지 등 자체 페널티를 물은 뒤 다시 구제해준 솜방망이 처벌이 아쉽다. 구단 이미지에 피해를 입더라도 초반에 강력하게 대처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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