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까지 부른 감독관…혼쭐난 전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5월 2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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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톈진 테다(중국)와 전북 현대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선 또 다른 장외 신경전이 펼쳐졌다.

지나친 꼼꼼함(?)으로 무장한 사우디 출신의 경기 감독관은 전북을 당혹케 했다. 22일 전주에 도착한 이 감독관이 던진 첫 마디는 “난 AFC에서 가장 악명 높은 경기 감독관”이었다고.

그의 첫 업무는 골대 높이 조정. 골대를 2∼3cm씩 높이더니 필드에 그어 놓은 흰색 라인을 지적했다. 처음에 선이 삐틀어졌다고 다시 그을 것을 지시하고는 덧칠된 일부 선의 폭이 국제 축구 규정상의 12cm를 넘겼다고 전부 처음부터 시작할 것을 명했다. 선 긋는 일만 무려 3차례.

때 아닌 소방차 해프닝도 벌어졌다. 자신의 체크 리스트에 ‘소방차를 비치해둘 것이란 내용이 적혀있자 전북에 소방차를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전북 관계자가 “소방차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반박하자 감독관은 AFC 규정을 한참 들여다보곤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대회 규정에 ‘소방차’란 내용이 전혀 없었던 까닭. “그래도 확보하라”는 감독관의 명령에 따라 부랴부랴 인근 소방서에서 소방차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도 감독관은 툭하면 ‘벌금을 물게 하겠다’ ‘0-3 몰수 패를 안기겠다’는 등 위협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전북을 바짝 긴장시켰다.

전북 김동탁 사무국장은 “저렇게 민감한 경기 감독관은 처음 겪는다. 본업이 건축이라서 그런지 규정, 규칙에 유독 예민했던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주|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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