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서 만난 사람] 우승섭 “99세때도 99타 치는 것이 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5월 6일 07시 00분


■ 우승섭 KGA 경기위원회 고문

골프와 함께 동고동락한지 50년
클럽챔피언 5전5승 신화 주인공

4월 열린 골프버디 아마추어 골프대회의 경기위원장으로 나선 우승섭 대한골프협회 고문.
4월 열린 골프버디 아마추어 골프대회의 경기위원장으로 나선 우승섭 대한골프협회 고문.
‘한국 골프의 영원한 큰 형님’, ‘필드의 작은 거인’, ‘걸어 다니는 골프사전’. 우승섭(77) 전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장 앞에 붙는 수식어다. 현재 공식 직함은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회 고문.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우승섭 고문을 경남 순천 레이크힐스 골프장에서 만났다.

● 아마 고수에서 경기위원장까지

골프룰에 박사학위가 있다면 그는 아마 대한민국 1호 골프룰 박사가 됐을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로 시작해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을 지낸 한국 골프의 영원한 큰형님 우승섭 고문에게 골프는 평생의 동반자다. 골프와 함께 한 시간은 무려 50년.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은퇴를 미루고 있다.

대학에선 영문과를 전공했고, 사회 나와선 무역회사를 하면서 산업포상도 받았다. 그런 그가 어떻게 골퍼로 삶을 살아가게 됐을까. 사업을 하면서 배운 골프가 인생을 바꿔 놨다. 그는 1970년대 이름난 골프장의 클럽챔피언을 모두 휩쓴 아마추어 고수 출신이다.

아마추어 무대를 주름잡던 시절, 그에게 필연과도 같은 일이 다가왔다. 골프를 잘 하다보니 주변에서 골프룰에 대해 물어보는 이가 많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골프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 고문은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골프서적도 없을 때다. 그래서 외국에서 책을 가져와 번역하면서 룰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50년 세월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골프룰에 관해선 국내 1인자로, 그가 모르면 책에 없다고 할 만큼 골프룰에 정통하다.

● 5전 5승 신화의 주인공

1970년대 아마추어 골프무대는 프로보다 더 인기가 높았다. 프로야구 이전 고교야구가 흥행했던 것과 비슷하다. 우 고문은 그 시기 ‘필드의 작은 거인’으로 통했다.

클럽챔피언은 모두 5차례 올랐다. 당시 국내 최고 명문으로 평가받던 관악(70년), 한양(71년), 안양베네스트CC(72,75,78년)의 클럽챔피언을 지냈다. 더욱 대단한 건 5차례 클럽챔피언에 올라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5전 5승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당시 아마추어 절대 고수로 통한 고(故) 서태윤 씨와의 한양CC 클럽챔피언 결정전이었다. 서태윤 씨는 당시 프로 잡는 아마로 명성을 떨치던 인물이었는데 그와 클럽챔피언전에서 맞붙어 승리를 따냈다. 내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명승부였다.”

78년 안양베네스트 클럽챔피언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클럽챔피언 무대에 나서지 않았다. 아마추어 골퍼로 최고봉인 클럽챔피언을 다섯 번이나 했으니 더 이상 이룰게 없다는 생각에서 기록행진을 멈췄다.

● 99세에 99타가 꿈

팔순을 앞둔 우 고문의 골프실력은 80∼90타. 왕년의 클럽챔피언 실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마추어로 그가 세운 기록은 대단하다. 역대 베스트 스코어는 4언더파 68타. 2007년엔 71타를 쳐 에이지 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에이지 슈트란 자신의 나이와 같은 스코어를 뜻하는 골프용어다. 우 고문은 에이지 언더 슈트를 기록한 셈이다. 50년을 필드에서 보낸 훈장이다.

필드 밖에서도 그의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언론매체를 통해 꾸준하게 골프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저서 집필과 대학 강의, 방송 해설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소망은 최장수 에이지 슈트다.

“가능하다면 최장수 에이지 슈트 기록을 해보고 싶다. 지금 같은 건강 상태라면 99세 때 99타를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 고문은 웃었다.

● 우승섭 대한골프협회 고문 프로필

▲ 1958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
▲ 1969∼1980년 신동교역, 우일양행 대표이사
▲ 1971년 수출포상 대통령 표창
▲ 1991∼2005년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 2006∼2009년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
▲ 2010∼현재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회 고문
▲ 역서 및 저서 NHK골프, 우승섭골프특강전(5권) 등
▲ 구력 49년

글·사진|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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