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용병이 다르다고? 팀 DNA가 다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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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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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4연속 우승… 신치용 감독이 밝히는 ‘삼성화재의 힘’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4시즌 연속 우승은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화재 선수들의 눈빛은 정규시즌과 달랐다. 1995년 11월 실업팀 삼성화재가 창단할 때부터 사령탑을 맡은 신치용 감독(56)은 ‘삼성화재 DNA’가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삼성화재 DNA는 뭘까. 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를 만들었을까.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신 감독을 만났다.》

코트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호랑이 감독이지만 평소에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하다. 체육관에서 선수들과 농구를 같이 하고 나온 신치용 감독은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 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귀찮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코트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호랑이 감독이지만 평소에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하다. 체육관에서 선수들과 농구를 같이 하고 나온 신치용 감독은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 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귀찮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인성 강조… 기본에 충실하라

40세에 감독이 된 그는 창단 팀 문화를 어떻게 만들지 많은 고민을 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배구의 기본은 나중 문제고 성실함, 예의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 약속부터 철저히 지키는 문화를 만들었어요.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도 저부터 15분 이상 일찍 나왔죠. 아직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이듬해 작은 문제가 생겼다. 선수 한 명이 귀소 시간을 어겼다. 두 차례 경고를 한 뒤 또 어기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예상했던 대로 다시 약속을 깨더군요. 바로 짐을 싸라고 했어요. 일종의 본보기였죠. 배구는 그만두게 했지만 다른 일을 알아봐줬어요. 지금도 그 친구와 가끔 연락합니다.”

삼성화재가 훈련할 때면 노는 사람이 없다. ‘최고 용병’ 가빈도 걸레질을 한다. 신 감독은 용병을 뽑을 때도 실력보다 인성을 먼저 본다고 했다. 레안드로, 안젤코, 가빈. 삼성화재의 용병은 늘 리그 최고였다. 안젤코와 가빈은 ‘검증이 안 됐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였다.

○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깨닫게 하라


1990년대 후반 주전선수 A가 숙소를 무단이탈했다. 행여 구단 고위층이 알게 될까 코치와 고참 선수들이 찾겠다고 난리를 쳤다.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힘들어서 나가고 싶거든요. ‘나는 나간 선수 안 찾는다’라며 연락하지 말라고 했죠.”

A는 사흘 뒤 신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전화를 끊었던 신 감독은 내심 못 이긴 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작은 양주 한 병을 시켜 두 잔으로 만든 뒤 ‘다시 오려면 마셔라’고 했지요. 다시 한 병을 시켜 ‘열심히 할 거면 마셔라’고 했어요. 또 한 병을 시킨 뒤 ‘고맙다는 의미로 한 잔 더하자’고 했지요. 딱 세 마디만 한 뒤 숙소로 가라 했어요. 바로 코치에게 전화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하라고 했지요. 많이 미안했을 거예요. 이후로는 정말 열심히 하던데요.”

○ 선수끼리 믿을 수 있는 팀을 만들라

그는 선수들에게 믿음과 배려를 강조한다. 고참이라고 후배를 함부로 대하거나 선수끼리 반목이 있다면 팀플레이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창단 때부터 선수들 사이의 돈거래와 도박을 금지했어요.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 어디 있습니까. 후배에게 욕설을 내뱉는 선배도 용납 안 합니다.”

삼성화재가 시즌 초반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배구 도사’ 석진욱의 부상 이탈과 주전 세터 최태웅의 이적 공백이었다. 유광우 신으뜸 김정훈 등 그동안 후보였던 선수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고참들을 불러 놓고 후배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용인에서 재활을 하는 석진욱은 챔피언결정전 때 선수들과 함께 있겠다고 했지만 신 감독은 이것도 막았다.

“정규 시즌 때 진욱이가 코트에 왔는데 후배들이 눈치를 보더라고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지요. 우승하는 날에도 눈에 띄지 말고 관중석에서 보다가 내려오라고 했어요.”

주전이라고 챙겨주다 보면 선배를 무시하는 후배가 나오지 않을까 궁금했다. 신 감독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건 인성이 덜 된 거지요. 삼성화재에는 그런 선수 없습니다.”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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