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아픈 손가락’ 이범호, 한화팬이 보내는 야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8일 07시 00분


코멘트
3일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양 팀 팬들 뿐 아니라 한화팬들에게도 의미가 각별했다. 이날 8-2에서 8-8까지 쫓긴 KIA를 수렁에서 건져낸 한 방은 다름 아닌 이범호 선수의 방망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수도 없이 환호했던 그 모습. 하지만 이제는 남의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보며 아련하면서도 슬프고, 미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짠했다는 한화팬들이 많았다.

야구팬으로 살면서 가장 아쉽고 서글픈 순간이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나의 선수가 남의 팀 소속이 되는 모습을 봐야 하는 순간. 우리 팀이 나의 꿈이듯, 그에게도 소중하리라 믿었지만 결국은 8개 직장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다. 게다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내 편이었던 그가 우리 팀을 향해 비수를 꽂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슬픔은 몇 번을 되풀이 겪어도 무뎌지지 않는다. 그럴 만 했겠거니, 인연이 거기까지 뿐이겠거니 마음을 달래 보아도, 구멍이라도 뚫린 듯 스산한 마음이란…. 어디 이별의 슬픔이 자주 겪는다고 익숙해지던가. 게다가 연인은 헤어지고 나서 안보면 그만이지만, 떠난 선수는 시도 때도 없이 자꾸 내게 모습을 비추지 않는가. 그것도 새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말이다.

야구는 비즈니스요, 프로야구 선수는 자본에 의해 움직인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팬의 감정은 그렇게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보답을 받자고 준 사랑이 아님에도 갑작스런 그의 떠남은 충격과 서운함을 넘어서 배신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KIA와 한화의 경기에서, 이범호 타석 때 1루에서 쏟아져 나온 야유는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납득이 간다. 어디 그 야유가 비난과 책망이기만 할까. 너무나 사랑했고 아꼈던 감정과 아쉬움의 표현이 아닐까. 더군다나 이범호는 한화팬들이 은근과 끈기로 그 성장을 처음부터 지켜본,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으니 말이다.

끝으로 이범호 선수에게 한마디 한다. 이제는 우리 선수가 아니고 더 이상 아끼고 사랑할 수는 없을지라도, 여전히 그를 남처럼 바라볼 수 없으며 송두리째 모두 비워 낼 수는 없음을. 그 남은 마음이 결코 미움이나 배신감만은 아니며 10년을 아끼고 응원했던 지독한 정의 찌꺼기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10여 년 전 어느 여름날 그의 데뷔전. 입을 앙다물고 볼을 씰룩이며 서 있던, 까만 얼굴의 눈빛이 형형했던 소년 타자에게 반했던 팬으로서, 꼭 당부하고 싶다.변호사

야구선수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관심이 많다.
야구계 변방에서 꾸준히 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