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SK·두산 “왜 우릴 흔들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3월 23일 07시 00분


엔씨, 감독선임 연기 ‘시한폭탄’
엔씨, 당초 상반기서 올시즌 후로 시기 늦춰
김성근·김경문·김시진감독 자연스레 물망
해당구단들“상도의 저버린 사전접촉”비난

제9구단 엔씨소프트가 초대 감독 선임시기를 올해 말로 미룰 방침임을 밝히면서 야구계에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후보군을 넓히기 위해서’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현역 사령탑까지 염두에 둔 계획인지라 당장 관련 구단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엔씨소프트 이재성 대외협력담당 상무는 22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직후 “창단 사령탑은 올 시즌이 끝난 뒤 뽑을 계획이다. 후보군을 좀 더 넓혀서 신중히 뽑자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당초 밝혔던‘상반기 중’에서 ‘시즌 후’로 선임시기를 늦추게 되면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SK 김성근, 두산 김경문, 넥센 김시진 감독 등 현역 사령탑 3명이 자연스레 엔씨소프트의 초대 사령탑 물망에 오르게 된다.

‘당 장 훈련시킬 선수도 없는 만큼 스카우트팀과 운영팀만 구성해도 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처럼 ‘시즌 후’라는 미묘한 시기를 택함에 따라 기존 구단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 엔씨소프트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일부 보도까지 잇따른 탓에 해당 구단들은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다.

SK 민경삼 단장은 22일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일종의 ‘탬퍼링’(tampering), 즉 사전접촉 행위라는 얘기다. 민 단장은 수위를 높여 “만약 엔씨소프트가 이런 소문의 진원지라면 상도의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엄연히 김성근 감독이 현재 SK 사령탑 신분인 가운데 2011시즌이 개막하려는 시점에서 왜 이런 얘기가 흘러나왔는지, 어떤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다.

두산 김승영 단장 역시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 단장은 “시즌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런 언급이 나오는 것 자체가 유쾌한 건 아니다”며 “단지 감독뿐 아니라 (얼마 전부터는)구단 직원들까지 뒤흔드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가 단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두산 구단의 인사를 접촉했다는 소문과 더불어 스카우트팀을 구성하면서도 타구단 직원 일부에게 입단을 제의하고 있는 정황을 두루두루 함축한 발언이다. 22일 KBO 이사회를 통해 사실상 창단을 승인 받은 엔씨소프트의 초대 감독 선임시기 및 방식은 앞으로도 야구계에 간단치 않은 연쇄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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