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베테랑 열전] 41세 김병지 “뛸 때마다 새역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3월 4일 07시 00분


통산최다 535게임 출장 이어가
39세 김기동, 감독과 데뷔 동기

젊은 피들이 즐비하다고 축구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영건들이 가득하면 패기와 열정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구심점을 이룰 베테랑이 없다면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K리그에는 베테랑들이 꽤 많다. 축구선수로는 환갑이라는 30대 중반,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에 속했지만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와 부단한 노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내는 노장들이 있다.

골키퍼 포지션이 유독 눈에 띈다. ‘41세 철인’ 김병지(경남)는 그 자체만으로 전설이다. 이미 K리그 최다출장기록(535경기)을 보유했다. 1992시즌부터 작년까지 평균 1.0골이 조금 넘는 541실점을 했으나 수문장으로는 드물게 3골을 넣었으니 충분히 실점을 만회했다. 무실점 경기도 무려 183회로 K리그 최다 기록이다.

38세의 전남 수문장 이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전 소속 팀 수원 삼성이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이운재는 오직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 보장된 지도자의 길을 포기했다. 343경기에 나서 358실점. 득점은 하지 못했으나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직접 일궈낸 주인공이었다.

역시 40세 최은성(대전)도 플레잉 코치로서 ‘살아있는 레전드’로 군림 중이다. 551실점을 했으나 어디까지나 대전이 상대적인 약체라서 남긴 기록일 뿐, 최은성의 실력은 어지간한 후배들과 비견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최은성은 “이제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잔디 내음을 맡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통산 500경기 출격을 위해 조카뻘 동료들과 함께 늘 변함없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39세의 미드필더 김기동(포항)의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 김기동은 지난 해 13경기를 포함해 모두 481회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러나 작년은 기쁨이 아닌, 설움을 많이 겪었다. 13경기에 교체로 출격했으나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포인트 없이 시즌을 마무리한 것은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1993년과 그 이듬 해 뿐이었다. 모두 유공 시절이었다. 김기동은 포항 지휘봉을 잡은 신임 사령탑 황선홍(43) 감독과 같은 해에 프로 데뷔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베테랑들이 있어 K리그는 재미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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